종전 논의 첫 단추 긍정적…인질석방·휴전 협상 돌입

‘하마스 존재포기’ 두고 뒤따를 종전논의 곳곳에 암초

공습을 받은 가자시티. [EPA=연합뉴스]
공습을 받은 가자시티.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가자지구 평화 구상’으로 종전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종전 협상 성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4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 휴전을 넘어 종전까지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평화구상의 내용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속사정을 살펴보면 평화가 보장된 상황은 아니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 종전까지 가려면 해결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는 분석이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대로 인질 전원 즉시 석방과 군 철수 등 실질적인 종전 논의 돌입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종전 후 하마스의 무장해제 여부나 가자지구 통치 참여 여부 등에서는 양측의 의견 차이가 커 합의까지 적지 않은 진통도 예상된다.

백악관이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분쟁 종식을 위한 포괄적 계획’은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생존 인질 20명 전원을 즉시 석방하고 사망한 인질의 시신 25구를 이스라엘로 송환하면,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상대로 한 군사작전을 중단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구상에는 인질 석방의 대가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 종신 포로 250명과, 2023년 10월 7일 전쟁 시작 후 구금된 가자지구 주민 1700명을 풀어줘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긍정적인 국면은 하마스가 지난 3일 인질 전원을 석방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화답하면서 펼쳐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하마스가 지속적인 평화를 이룰 준비가 됐다”며 찬사를 보냈고 이스라엘을 향해서도 “즉각 가자지구 폭격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평화구상안의 첫 단계를 즉시 이행할 준비를 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4일 하마스와의 인질 합의가 임박한 상황이라고 밝혀 기대감을 더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직접 접촉 없이 중재국들을 통해 인질석방, 수감자 교환, 휴전을 위한 세부사항 조율에 들어간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에서 미국 측과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논의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에 더해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를 이집트로 파견한 상태다.

하마스도 아랍권 중재국인 카타르·이집트와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라운드 협상이 타결돼 휴전이 이뤄지더라도 종전까지 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평화구상 20개항 가운데는 하마스가 쉽사리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가령 6항은 “인질 전원이 송환되면 평화적 공존과 무장해제에 동의한 하마스 조직원에게는 사면이 주어진다”며 하마스의 무장해제를 적시했고, 13항은 “하마스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어떤 형태로든 가자지구 통치에서 어떤 역할도 맡지 않는 데에 동의한다”며 전후 가자지구에 대한 하마스의 관여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하마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에 밀려 지난 3일 입장을 공표하면서 무장해제를 아예 언급하지 않았고 통치권 포기에도 애매하게 대응했다.

이런 태도에는 가자지구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하마스의 속사정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가자지구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하마스에게 무장해제, 무기반납, 통치권 포기는 자기 존재를 포기하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지적한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권력을 유지하는 방안은 어떤 형식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해 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정치·군사적으로 전면 해체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삼아 전쟁을 시작했고 그 목표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구상안에서 무장해제와 가자지구 통치권과 같은 중장기적 내용뿐 아니라 첫 단계부터 난항을 겪게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인질을 즉각 석방하는 데에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마스 관계자는 최근 한 카타르 방송과 인터뷰에서 “생존 인질을 석방하기 위해서는 ‘안전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사망 인질 시신을 송환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일부(사망 인질)는 매장했고, 일부는 (이스라엘군) 점령지역에 있다. 또 일부는 (공격으로 인한) 파괴로 (시신) 위치를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평화 협상과 별개로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인 탓에 전장에서 예상하지 않은 변수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의 핵심 도시인 가자시티에 대한 점령작전을 보류하기로 했으나 여전히 요충지에 남아 방어작전을 펼치고 있다.

현지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날 이른 새벽까지 총성과 폭발음을 들었다고 증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양호연 기자(hyy@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양호연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