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핀테크의 ‘빅딜’

[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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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앱 경쟁이 격화되는 글로벌 무대에 한국 기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네이버와 두나무가 손을 맞잡고 검색과 콘텐츠,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인공지능까지 아우르는 빅딜을 성사시킨 것이다. 두 기업의 협력은 한국판 로빈후드를 넘어, AI(인공지능)를 중심에 둔 차세대 글로벌 슈퍼앱 출현을 예고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는 국내 검색·커머스·콘텐츠 시장을 장악한 압도적 플랫폼이지만 글로벌 무대에서의 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 두나무는 업비트를 운영하며 국내 가상자산 시장 1위를 유지했으나 해외 확장은 더뎠다. 각자의 강점과 약점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양사는 글로벌 진출이라는 공동 목표 아래 협력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협력의 고리는 슈퍼앱 구상이다. 네이버의 웹툰, 쇼핑, 네이버페이 등 기존 생태계에 두나무의 투자·자산 관리 기능이 결합하면, 이용자는 검색과 소비, 콘텐츠와 금융을 하나의 앱에서 끊김 없이 경험할 수 있다. 단순한 서비스 집합체가 아닌 생활 전반을 포괄하는 올인원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글로벌 슈퍼앱 시장의 경쟁은 이미 치열하다. 미국 로빈후드(Robinhood)는 주식과 ETF에서 출발해 가상자산 거래까지 확장하며 빠르게 성장했고, 캐시앱(Cash App)은 송금과 결제에 주식·비트코인 투자까지 더하며 일상 금융 허브로 자리 잡았다.

소파이(SoFi)는 대출 중심에서 블록체인 기반 해외 송금과 가상자산 투자로 외연을 넓혔으며, 신흥 기업 볼트(Bolt)는 결제·가상자산·리워드를 통합한 올인원 앱을 앞세워 경쟁에 합류했다. 전통 금융과 크립토를 결합하려는 흐름이 이미 글로벌 차원에서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네이버와 두나무의 협력은 단순한 추격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해외 슈퍼앱들이 금융과 크립토 결합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두 기업은 AI를 차별화의 핵심 축으로 설정했다. 네이버의 AI와 데이터 역량, 두나무의 블록체인과 분석 기술이 결합하면 개인화된 금융 자문과 콘텐츠 소비, 투자와 커뮤니티 활동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사용자 경험이 구현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는 글로벌 무대에서도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잠재적 무기로 꼽힌다.

AI와 블록체인의 결합은 한국판 슈퍼앱을 현실화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두나무의 블록체인·데이터 분석 역량에 네이버의 AI 검색·추천 기술이 더해지면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개인 맞춤형 금융·콘텐츠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AI 융합형 슈퍼앱’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 기반 투자 자문, 대체불가능토큰(NFT)·콘텐츠 융합, 글로벌 커뮤니티 구축 등 새로운 서비스 모델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이 같은 구상은 오경석 두나무 대표가 강조해온 미래 전략과도 연결된다. 오 대표는 지난 업비트D컨퍼런스(UDC) 2025에서 “AI는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미래를 예측하는 ‘확률의 데이터베이스’이자 예측 비용을 혁신적으로 낮추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AI 혁명은 불확실성하에서 의사결정을 자동화했지만 결과물의 신뢰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며 “한국은 소버린AI 개발을 통해 글로벌 기업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을 인터넷·AI와 함께 ‘세 번째 혁명’으로 규정하며, 신뢰를 보증하는 시스템으로서의 가치를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두나무는 업비트 커스터디에 AI 기반 AML·FDS(자금세탁방지·이상거래탐지) 시스템을 도입해 보안을 강화하며, AI와 블록체인을 금융 혁신의 양대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네이버웹툰이 글로벌 상장을 추진하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전례처럼 이번 슈퍼앱 구상 역시 수직 계열화를 거쳐 글로벌 기업공개(IPO)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계획이 실현된다면 한국 기업이 주도하는 첫 번째 AI 기반 글로벌 슈퍼앱이 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규제 리스크와 시장 불확실성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AI와 블록체인을 앞세운 네이버와 두나무의 협력은 한국 IT·핀테크 산업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한국판 로빈후드를 넘어서는 AI 융합 슈퍼앱,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혁신 서사의 시작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지영 기자(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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