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의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간판 모습. [연합뉴스]
정부세종청사의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간판 모습. [연합뉴스]

주요 중앙부처의 최고위직인 1급 공무원들이 별다른 이유없이 줄줄이 사표를 내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이재명 정부의 의중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외 경제안보 환경의 격변 와중에 후임도 정하지 않고 사표를 내도록 하는 것은 국정 운영의 공백을 자초하는 일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3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금까지 1급들이 사표를 낸 부처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감사원 등이다. 금융감독원 1급들도 사표를 제출했다. 고위공무원 가급을 의미하는 1급은 정무직인 장·차관을 제외하고 공무원으로선 최고 자리인 실장급 공무원이다. 경제와 부동산, 국민 안전 등 민생과 관련된 부처들이 주류인데, 후속 인사는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1급들을 바꾸면 10월로 예정된 국정감사를 받는데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로 후속 인사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의 관세협상, 수도권 부동산가격 급등 등 현안이 쌓여있는 와중에 무턱대고 사표부터 받고 보니 경제와 금융 정책, 부동산 정책 등 주요 정책 수립과 집행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유례없는 국가망 마비 상태에서도 이를 수습할 행안부 1급은 보이지 않는다. 과거 정권 교체기에도 인적 쇄신 차원에서 1급 공무원의 사표를 받은 적이 있지만, 지금처럼 거의 전 부처에서 후임도 정하지 않고 일괄 사표를 받은 경우는 드물었다.

1급 줄사표 ‘강요’는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전 정권의 정책을 수행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무직이 아닌 1급까지 사표를 받는 것은 국정의 공백을 초래하고 공무원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행위다. 이렇게 하면 어느 공무원이 국가에 ‘충성’할 것인가. 공무원은 국정을 수행하는 기반이다. 특히 고위급 공무원의 지식과 경험은 원활한 국정 운영에 소중한 자원이다. 마음에 안든다고 함부로 버려서는 안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전 정부 고위직 찍어내기’라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적폐청산’의 기시감이 드는 것이다. 문 정부의 적폐청산은 공무원 사회에 “열심히 일하면 손해”라는 복지부동 풍조를 만연시켰다. 정치학계 원로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적폐청산이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왔다”고도 했다. 정부는 정권의 이익이 아닌 국익과 민생을 기준으로 속히 1급 인사를 마무리지어 공직사회의 동요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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