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위해 소방,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지난 26일 정부 전산시스템이 있는 국정자원에서 무정전·전원 장치(UPS)용 리튬이온배터리 화재가 발생해 정부 전산 서비스가 대규모로 마비됐다. [연합뉴스]
28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위해 소방,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지난 26일 정부 전산시스템이 있는 국정자원에서 무정전·전원 장치(UPS)용 리튬이온배터리 화재가 발생해 정부 전산 서비스가 대규모로 마비됐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 화재로 발생한 국가 전산망 셧다운은 명백한 인재(人災)다. 3년 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벌어졌을 때 정부는 국가망에 화재 등이 발생할 경우 3시간 이내 서비스를 복구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는데 거짓말로 드러났다. 이번뿐만 아니다. 2023년 11월엔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인 ‘새올행정시스템’과 온라인 민원 서비스인 ‘정부24’가 마비됐으며, 조달청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에서 접속장애 사고가 나기도 했다. IT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2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발생한 화재로 국정자원 대전 본원에 있는 정부 전산 시스템 647개 가동이 중단됐다. 무인민원발급기와 모바일 주민등록증 발급, 정부24, 우체국 금융·우편 등이 동시에 마비됐다. 내부 행정망인 ‘온나라시스템’까지 작동을 멈추면서 주말 근무를 위해 출근한 공무원들도 정상적인 업무를 하지 못했다. 이번 ‘국가망 먹통’ 사고가 인재인 것은 국가망 구축에서 기본인 ‘이중 시스템’조차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산망은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이중망을 갖춰야 한다. 한 곳이 사고가 나더라도 백업망이 곧바로 가동돼 서비스 단절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정자원은 대전 본원 외 지역 분원에 데이터 백업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했지만 이를 가동할 시스템이 없었다. 그 결과가 언제 서비스가 완전 복구될지 모르는 현 상황을 초래했다. 전산실에 불이 나더라도 정부 시스템은 먹통이 되지 않아야 하는 게 원칙이다. 만약 화재가 아닌 전쟁 상황에서 북한의 공격을 받았으면 어떠했을지 아찔하기까지 하다. 국가 안보 측면에서도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낸 것이다. 국가 비상사태에 대비해 매년 을지훈련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게다가 이번 화재의 직접적 원인이 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시한폭탄’과 다름 없었다. 이런 배터리를, 그것도 사용시한을 넘긴 제품을 국가 서버가 모인 곳에 지금까지 사용해온 것은 ‘직무유기’다. 정부와 국정자원 측은 예산 부족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민생쿠폰 등으로 수십조 원을 뿌리면서도 국가망 안전에 쓸 돈이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 정부는 카카오톡 등 민간엔 다중화 클라우드 서버 구축 등 강도 높은 대책을 주문하면서도 스스로엔 너무 관대하다. 지난 2023년 11월 국정자원의 라우터 모듈 고장으로 전국 시군구의 행정망이 마비됐을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책임자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경질하고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고는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철저히 조사하고 과실이 있는 공무원엔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감사원은 정책 감사를 통해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근본적 대책을 마련토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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