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한국을 방문한 국제통화기금(IMF) 협의단이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8%에서 0.9%로 소폭 상향했다. 한국은행 공식 전망치와 같은 수준이다. 완화된 통화·재정 정책과 선별적 금융 조치들로 인해 국내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고, 견조한 대외 반도체 수요가 다른 수출의 감소를 상쇄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전망했다. 하지만 이 숫자에 취해 박수 칠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 IMF 보고서 곳곳에 드러난다. IMF가 진짜 말하고 싶었던 것은 구조개혁의 필요성이었다. IMF는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과 취약한 재정, 잠재성장률 둔화 등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면서 개혁 없이는 한국이 목표하는 3% 성장률은 허상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도전은 경기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 취약성이다. 생산가능인구는 급감하고 초고령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복지 지출은 눈덩이처럼 늘어나지만 재정 기반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잠재성장률마저 떨어지는 추세다. 그럼에도 재정 개혁 논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정치권은 단기적 인기 영합 정책에 매달리는 실정이다. 지금과 같은 재정 운영 방식이 지속된다면, 미래 세대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노동·산업 구조 개편과 혁신 투자가 지지부진한 것도 문제다.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고, 기업들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와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IMF의 성장률 전망치 상향은 경기순환 요인에 불과하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IMF의 진짜 메시지다. 구조개혁을 서둘지 않으면 성장률 전망치는 언제든 다시 하향 조정될 수 있다. 재정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적 재정개혁, 노동·산업 구조 개선 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3% 성장’ 목표는 실현 불가능한 빈 껍데기에 불과할 것이다. 한국은 IMF의 조언을 명심해야 한다. IMF가 던진 숙제를 외면하면 다음 위기는 더 가혹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 성과가 아니라 AI 대전환의 이점을 활용해 국가 체질을 강화하는 과감한 결단이다. 이것이야말로 한국 경제가 흔들림 없이 나아갈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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