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서울 역세권청년주택 신축공사 현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 시민이 서울 역세권청년주택 신축공사 현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소중한 내 보증금,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계약 만료를 앞둔 세입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고민이다. 보증금 걱정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다른 나라에선 보증금 사고를 막기 위해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보증금 미반환 사태에 대비해 공적 예치나 보증보험, 임대인 등록제 등 세입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운영 중이다.

스위스의 경우 세입자가 매년 소액 보험료를 내면 보험사가 집주인에게 보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임차인이 내야 할 초기 보증금 부담을 줄인다. 보증금은 대부분 1~2달 치 월세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사가 먼저 지급한 뒤 임차인에게 구상 청구하는 방식이다.

독일에서는 임대 보증금을 보험으로 대체하는 방식이 있다. 임차인이 직접 보증금을 납부하는 대신, 보증 보험에 가입해 소액의 연간 보험료를 납부하고, 보험회사가 임대인의 보증금 지불 책임을 대신하는 방식이다.

임차인은 임대료의 3개월치에 해당하는 보증금 대신 소액의 연간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다.

이 보험은 임대인의 위험을 보장하는 대신 임차인의 초기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며 소액의 연간 보험료를 납부함으로써 임대차 계약을 이행하는 것이다. 보증금은 월 임대료의 2~3개월 치에 해당한다.

미국에서는 집주인에게 세입자의 신용을 보증하는 보증보험이 제도화돼 있다. 세입자는 환불되지 않는 수수료를 지불하고 보증보험 회사가 민간사업자로서 집주인에게 보증을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신용 점수가 낮거나 과거 임대료 지불 기록이 부족한 세입자들에게 유리한 제도다.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 벨기에, 네덜란드는 ‘보증금 보증보험’의 대체·보완 수단으로 공적 예치를 하고 있다.

영국의 집주인은 임차인의 보증금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단기 임대차 계약’의 경우,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은 후 30일 안에 보증금 보호 제도에 등록하고 등록 증서를 임차인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 제도는 임대차 계약 종료 시 임대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세입자를 보호하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된다.

호주·뉴질랜드는 행정기관 또는 중앙정부에 전자 예치를 의무화하고, 벨기에는 ‘동결계좌’를 통한 공적 예치 방식을 운영한다.

호주의 경우 보증금은 행정기관 산하 임대 규제 기관(퀸즐랜드 주 RTA,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NSW Fair Trading 등)에 예치해야 한다. 임대 계약 종료 후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해당 기관에서 중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한다.

뉴질랜드는 임대인이 받은 ‘본드’(최대 4주치 임대료)를 23영업일 안에 중앙정부 임대관리청(Tenancy Services)에 예치해야 한다. 집주인이 23영업일 안에 이를 예탁하지 않으면 불법 행위로 간주돼 임대차 재판소에서 최대 1000 뉴질랜드달러(약 81만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벨기에는 예금공사의 ‘e-DEPO’ 등 공적 시스템을 통해 보증금을 ‘동결 계좌’로 예치한다. 브뤼셀·왈롱 2개월, 플랑드르 3개월 등 지역별로 다르며, 해지 시 합의서 또는 판결로 해제해야 한다.

네덜란드는 별도 기관은 없지만 보증금 상환·환급이 제도화돼 있다. 환급 기한은 정부 기준 14∼30일이며 최대 3개월 이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다양한 임대 보증·대체 상품을 제도화하고, 청년·고령자·저소득층 등 계층별 특성을 고려해 공공이 직접 신용을 보강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와 비아파트의 임대차 구조가 크게 다른데, 획일적 기준만 적용되다 보니 현장의 수요와 괴리가 커, 이를 해소할 맞춤형 보증기관 설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별 보증기관이 실질적인 보증 심사와 지원을 통해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보증보험 심사 기준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가 청년안심주택처럼 보증 가입 요건을 갑작스럽게 강화해 대규모 사업이 중단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임차인과 임대인이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길 기자(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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