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동산 중개업계에서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법정단체화가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야 간사들이 지난 7월 해당 법안을 공동 발의하면서 협회 숙원 사업이던 법정단체화에 속도가 붙게 됐다.

3년 전부터 발생했던 전세사기는 미흡한 제도 때문에 촉발된 것이기도 하지만, 정부가 중개사 제도의 문턱을 대폭 낮춘 뒤 무등록 중개행위자들에 대한 관리·감독이 소홀해져 서민 피해가 커진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달으면서 제도 손질이 필요했다.

공인중개사 제도의 과거와 오늘을 살펴보며 중개제도의 문제점을 파악해 봤다.

일본의 '택지건물취인업법'을 모태로 1984년말 시행된 우리나라의 '부동산중개업법'은 지금의 공인중개사법과 비교해 보면 큰 틀에서는 별로 다를 게 없다.

당시 부동산중개업법 제1조에는 "부동산 중개업을 건전하게 지도·육성하고 부동산 중개업무를 적절히 규율함으로써 부동산 중개업자의 공신력을 높이고 공정한 부동산 거래질서를 확립하여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제도 도입의 목적이 설명돼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들썩였던 서울 강남 중심의 부동산 투기현상과 혼탁한 부동산 시장 질서를 전문가인 공인중개사를 두고 해결하고자 했던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일본처럼 협회 설립을 의무화했고, 모든 회원은 협회 회원이 되도록 하고, 협회의 정관과 규정을 준수하도록 했다.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자격시험도 2년에 한 번씩 국가가 정한 인원 이내를 선발하는 상대평가로 치러졌다.

그런데, 1998년 국가 부도 사태인 IMF가 터진 이후 정부는 이 같은 조치들이 불필요한 규제에 해당한다며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협회 가입은 비의무화로 바꾸면서 지도 단속 권한을 없애 버렸고 시험은 매년 60점만 넘으면 합격할 수 있는 절대평가로 변경됐다. IMF 상황으로 힘들어진 국민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라도 줘야 한다는, 실업통계수치를 조금이라도 낮춰야 한다는 정무적 판단에 기인한 제도 변경이었다.

그로부터 다시 27년이 흘러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배출된 공인중개사 자격자는 55만명이 넘으며, 연간 휴·폐업 중개사무소도 2만여개에 달한다.

그래도 매년 2만2000명이 넘는 공인중개사들이 배출되고 있다. 주택관리사(1610명)나 감정평가사(203명) 등 다른 국가 전문자격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다.

정치권이든 정부든 누구라도 나서서 중개제도 원상회복에 힘써야 하는데, 아무런 조치도 없이 방관하며 묵묵부답이었다.

참다못한 중개업계는 2023년 협회를 다시 법정단체로 만들어 이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해 달라는 국회 청원을 냈고 5만명 요건도 충족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협회의 법정단체화가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는 해법이 될지에 대해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큰 게 현실이다.

협회 회원이 아니더라도 불법 중개 등의 잘못이 있는 중개업자들은 중개업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고 있으며, 갭투자나 전세사기는 중개사들의 협회 가입과는 무관하게 발생해 왔다는 반론이 있다.

협회의 법정단체화 추진이 중개업계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안전한 거래를 통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꾀한다기보다, '반값 중개 수수료' 등을 내세운 새로운 중개 경쟁과 도전 앞에서 협회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득권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시장에서는 공인중개사협회의 법정단체화가 이해관계자 중심의 입법이라며 제2, 제3의 '타다법'으로 불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공인중개사 제도 개편은 법정단체화를 넘어 무등록·불법 중개 행위에 대한 실효성 있는 단속 체계 마련,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거래 투명성 강화, 중개사 전문성 제고를 위한 교육·자격 관리 개선 등 구체적 정책 과제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

제도의 변화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국민 재산권 보호'라는 본래 목적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냉정한 검증이 필요하다.

박상길 기자 sweatsk@dt.co.kr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연합뉴스]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연합뉴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박상길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