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요즘 행태를 보노라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와 신념이 있는건지 의문이 들 때가 잦다. 국가권력의 한 축인 조희대 대법원장을 상대로 하루가 멀다하고 사퇴와 탄핵, 수사 등을 거론하며 삼권분립을 위협하고 있다. 경제 정책은 시장경제와 표퓰리즘 사이를 위태롭게 걷는다.
16일 김병기 원내대표의 발언은 민주당 주류가 얼마나 시장경제의 원리에 무지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는 이날 당 원내 대책회의에서 “지금의 금융 구조는 역설적”이라며 “저신용·저소득 서민일수록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고신용·고소득 계층은 낮은 금리를 누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 약자’의 눈물을 닦는 것이 경제 정의를 세우는 길”이라며 “금융 이익이 사회의 공정한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가 돌아가는 원리도 모르는, 다분히 서민들의 표만을 의식한 발언이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어려운 사람 대출이 더 비싼 것은 잔인하다”고 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시장경제는 각 경제주체들이 자기의 판단 아래 자유롭게 생산하고, 시장에서의 가격에 의해 교환하는 것이 근본원리다. 가계와 기업은 시장이 원하는 것을 생산해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고,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싸게 사려고 노력한다. 이런 과정에서 공급과 수요에 의해 희소성을 가진 사회적 자원들이 최적으로 분배되고, 사회적 후생도 극대화된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돈의 값’인 금리는 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자금의 수요가 많을수록, 공급이 적을수록 금리는 오르기 마련이다. 그리고 신용도가 좋을수록, 다시 말해 돈을 빌려주고도 떼일 우려가 적을수록 빌려주려는 사람이 많아 금리는 낮다. 반대로 신용도가 낮은 사람일수록 대출금리는 높아진다. 그래야 돈도 사회적으로 최적으로 배분돼 경제 전체의 효율성이 제고된다. 저신용자의 금리가 높은 것은 부도 위험이 크기 때문이지, 사회적 차별 때문이 아니다.
만약 이런 원리를 무시하고 정부가 개입해 인위적으로 금리를 조정하려는 것은 대표적인 관치금융이다. 관치금융은 금융사들의 부실을 야기하고, 전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하며, 경제 발전을 저해한다. 저신용자, 저소득자에 대한 지원은 금리 인하가 아니라 정책금융 대출을 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빌린 돈을 성실히 갚아 신용도를 높이면 이자율를 올리고, 빌린 돈을 갚지 않아 신용도가 떨어지면 오히려 이자율을 낮춰주는 정책은 신용 사회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진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금융권 적폐’를 청산한다며 이런 시도가 있어왔다. 서민들 대부분도 성실하게 신용을 지켜온 고신용자다.고소득자만이 신용도가 높다며 고소득자에 왜 저금리 혜택을 주느냐는 김병기 원내대표의 발언은 경제 상식에도 반하는, 귀를 의심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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