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5일제 도입을 요구하는 금융노조. 연합뉴스
주 4.5일제 도입을 요구하는 금융노조. 연합뉴스

법제처가 정부 국정과제를 체계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입법 조치가 필요한 사항을 종합한 ‘국정과제 입법계획’을 수립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지난 16일 이재명 정부가 향후 5년 동안 역점을 두고 추진할 국정과제 123건을 확정한 데 따른 것이다. 눈에 띄는 점은 이번 입법 계획에 실노동시간 단축 추진 및 국가 지원 근거 마련을 위한 ‘실노동시간 단축 지원법’(가칭)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법안에는 주 4.5일제를 도입한 기업에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주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연내 이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법안이 여야 논의를 거쳐 국회를 통과하면 이재명 대통령의 6·3 대선 공약이었던 ‘주 4.5일제’ 도입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 4.5일제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실현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물론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취지 못지않게 현실성이 담보돼야 할 것이다. 기업 여건과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속도전에만 치우친다면, 그 부작용은 고스란히 근로자와 기업 모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여전히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제도적·문화적 토대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근로시간만 줄이는 것은 혼란을 키울 우려가 크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 충원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까지 가중된다면 기업 생존이 위협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주 4.5일제는 근로시간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한국 사회가 앞으로 어떤 경제·사회 모델을 지향할 것인지 묻는 중대한 선택이다. 그러나 세심한 준비 없이 도입한다면 득보다 실이 클 수밖에 없다. 생산성 제고와 산업구조 개편이 뒤따르지 않으면 주 4.5일제는 곧바로 경쟁력 약화와 기업 부담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따라서 신중한 접근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정부와 국회는 단기적 인기 영합에 치우친 포퓰리즘적 접근을 경계하면서 각계 목소리를 수렴하는 합의 과정을 마련해 노사가 납득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주 4.5일제가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 경쟁력 제고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실현하는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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