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법인 승인여부 금주 발표
록인효과·직매입 경쟁력 숙제
알리 투자 규모·역직구 ‘관건’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에서 알리바바그룹발(發) 거대 중국 자본과 시장 1위 쿠팡 간 싸움이 거세질 전망이다. 자본력으로 무장한 신세계·알리바바 합작회사의 ‘쿠팡 천하’ 무너뜨리기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17일 관가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알리바바그룹의 합작법인(JV)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 여부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국내 이커머스 체제 변화 가능성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는 이르면 이번주 중 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합작 승인 심사를 시작한 지 8개월여 만이다.
공정위는 해외 직구 시장에서 알리바바그룹의 거래 조건·가격 통제로 경쟁이 제한되는 상황이 생길 여지와 이에 대한 조치를 중점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해외직구 시장 규모가 7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알리 등 이른바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들은 관련 시장 전체 구매액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세가 불었다.
신세계와 알리바바 간 합작 발표는 지난해 12월 세상에 알려졌다.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그룹의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이 50대 50 지분으로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스’를 설립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어 지난 1월 신세계 계열회사 중 G마켓 지분을 100% 보유한 아폴로코리아가 그랜드오푸스홀딩 주식 50%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결론적으로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가 그랜드오푸스홀딩의 자회사로 편입되는 구조다.
기업결합 심사가 승인으로 결론 나면, 본격적으로 JV 설립 절차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합병 과정에서 이마트는 G마켓 지분을 100% 현물 출자한다. 알리바바 측은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 100%와 현금 2억2500만달러(약 3200억원)를 투입한다. G마켓과 알리 각 플랫폼은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 자회사로 편입된 뒤 독자 운영될 계획이다.
JV가 설립되면 대표 등 이사회 구성이 이뤄지고, 경영진까지 꾸려진 이후 구체적인 사업 전략·일정 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중국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이 합작법인이 쿠팡의 아성을 깰 만한 위력을 발휘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압도적 1위 쿠팡과 이를 뒤쫓는 네이버의 양강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올해 2분기 매출을 보면, 쿠팡 11조9763억원, 네이버 커머스(쇼핑) 부문 8611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각각 19.3%, 19.8%다. 같은 기간 쿠팡의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됐다. 네이버 커머스의 영업손익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특히 쿠팡은 와우멤버십(유료 멤버십) 중심의 ‘록인’(Lock-in) 구조를 구축해 독주 체제를 더 공고히 하고 있다. 쿠팡플레이의 8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772만5253명으로, 전월 대비 33만여명(4.47%) 증가했다.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같은 기간 쿠팡플레이 MAU는 729만여명으로, 전월 대비 5.83% 늘었다. 쿠팡이츠의 8월 MAU는 1174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다. MAU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방문한 사용자 수로, 앱의 활성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G마켓·알리 합작회사가 쿠팡의 아성을 깰만한 위력을 가지려면, 그간 쿠팡이 직매입으로 쌓아 온 경쟁력과 멤버십 록인 효과를 무너뜨릴 ‘한방’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커머스 시장 주도권을 잡기까지 과연 합작회사가 대규모 투자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합작회사 지배구조의 한 축인 신세계그룹 쪽을 보면, 지배구조 정점에 이마트가 있다. ‘이마트-아폴로코리아-그랜드오푸스홀딩-G마켓·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구조인데, 이마트가 코스피 상장사인 만큼, 자본이 투하되는 단계에서 주주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처지다.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전까지 연간 적자를 내면서까지 물류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온 쿠팡처럼 과감하게 ‘지르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쿠팡은 ‘계획된 적자’라며 10년에 걸쳐 9조원 이상을 물류인프라 구축에 쏟아부었다. 이러한 투자는 쿠팡이 직매입(판매량의 90% 이상)과 강력한 배송 경쟁력으로 전국을 이른바 ‘쿠세권’으로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결국, 신세계그룹이 시장 주도권을 잡는 데에는, 알리바바로부터 투자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합작법인 출범으로, 신세계가 비싸게 사들인 G마켓의 실적에 대한 부담감은 덜게 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향후 합작회사의 가치가 올라가면, 이마트가 알리 측에 합작사 지분을 매각해 지분이익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G마켓에서 손을 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쿠팡을 꺾어야 가능한 얘기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에 G마켓은 알리가 형성해온 인프라를 통해 역직구 시장을 확대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G마켓의 60만 셀러의 상품을 전세계에 빠르게 진출시키는 것을 승부수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G마켓이 알리바바를 통해 국내 판매자들의 해외 거래 규모를 키우고, 이를 통해 규모의 경제 달성 가능하면, 상품·가격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G마켓은 알리바바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G마켓 셀러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이 가능해질 것”이라면서 “알리바바의 최대 강점 중 하나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K-유통의 전 세계 접점이 비약적으로 넓어져 판매자 판로를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마트는 2021년 6월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를 인수하는데 3조4000억원을 썼다. 롯데보다 1조원 높은 가격을 제시해 낙찰받았지만, 두드러진 시너지는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다.
시너지는커녕, 영업손실만 불었다. 올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8.3% 쪼그라든 2812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298억원으로 4배나 늘었다.
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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