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

지방 산업 체질 개선·전통산업 산업구조 재편 지원에 집중

"주인의식·청렴의식 갖고, 열린 마음 바탕으로 소통해 달라"

"첨단 전략산업 지원을 통해 대한민국 금융의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 모두의 성장을 위한 지방 산업 체질 개선에 앞장서겠습니다."

박상진(63) 한국산업은행 신임 회장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임명된지 6일 만인 15일, 드디어 취임에 '성공'했다. 박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취임식을 열고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박 회장은 1954년 산은이 설립한 후 첫 내부 출신 수장이다. 그럼에도 출근길은 순탄치 않았다. 노조가 산은 부산 이전 등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강석훈 전임 회장(2022년 취임)은 노조의 반발에 임명된 지 2주 후에야 취임식을 가질 수 있었다. 박 회장은 상대적으로 '이르게' 입성에 성공했지만, 그의 앞에는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다.

박 회장은 전주고와 중앙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90년 산은에 입행했다. 이재명 대통령과는 법대 82학번 동기다. 같은 고시반에서 공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회장은 입행 후 약 30년간 재직하며 기아그룹·대우중공업·대우자동차 태스크포스(TF)팀, 법무실장, 준법감시인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금융권에선 기업구조조정과 금융법에 정통한 정책금융전문가로 통한다. 금융위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 등 진짜 성장을 위한 금융정책에 맞춰 산은의 당면 과제인 첨단전략산업 지원 등 정책금융 업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적임자라고 박 내정자를 평가했다.

박 회장은 이날 취임 일성으로 '산은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실물경제를 뒷받침하고 미래 성장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수단으로 금융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면서 "대표 정책금융기관인 산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모든 역량을 첨단 전략산업 지원을 통해 대한민국 금융의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과 모두의 성장을 위한 중소·벤처기업 육성 및 지방 산업 체질 개선, 전통산업에 대한 생산성 제고와 산업구조 재편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직원들에게는 "주인의식을 갖고 업무에 임하고, 청렴의식을 갖고 열린 마음을 바탕으로 소통해 달라"고 당부했다. K-팝(pop)이 대한민국 음악의 위상을, K-푸드(Food)가 대한민국 음식의 가치를 드높였듯, 임직원이 힘을 모아 국내를 넘어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당당하게 경쟁하는 'K-개발은행'(Development Bank)이 되자는 뜻도 전했다.

이날 취임식 후 박 회장은 산은 노조와의 만남도 가졌다. 노조는 박 회장이 요구의 대부분을 수용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이행 시한·방식의 보완을 요구했다. 취임사와 별도의 전 직원 메시지에선 부산 이전 논의 과정의 상처를 위로하고 열린 소통을 약속했다.

산은 수장 공백이 채워지면서 정부의 핵심 과제인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조성 등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기금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방산, 로봇 등 첨단전략산업 관련 기업에 투자된다.

박 회장은 지지부진한 석유화학 구조조정과 생산적 금융 등 정부의 주요 과제들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위기에 빠진 석유화학 산업을 재편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대 370만톤 규모의 나프타분해시설(NCC)를 감축해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금융, 세제, 연구·개발(R&D), 규제 완화 등을 결합한 맞춤형 지원 패키지를 제공할 방침이다. 여기에 산은이 석유화학 기업의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소재) 전환을 위한 신규 자금 공급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국적 선사인 HMM 민영화와 자본잠식에 빠진 KDB생명 매각도 박 회장이 총대를 메고 해결해야 할 과제다. HMM 매각은 새 주인을 찾는 과정에서 가격·시기·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KDB생명은 자본 보강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어 상품·영업·위험관리를 함께 손보는 계획을 내놔야 시장의 의심을 줄일 수 있다. 노사 갈등이 정리되면 이런 과제의 속도도 자연스럽게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대로 이행 시한과 절차가 모호하면 다시 불확실성이 커진다.

박 회장은 "30년간 산은과 함께해 온 사람으로서, 중대한 소임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산은 전 구성원과 함께 대한민국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15일 취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산업은행 제공]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15일 취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산업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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