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SK넥실리스와 솔루스첨단소재의 미국 소송전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발단은 미국 텍사스 동부연방지방법원이 이달 3일, SK넥실리스가 ‘솔루스첨단소재와 진행 중인 전지박 특허침해 소송에서 영업비밀 침해 사안을 병합해 달라’고 낸 요청을 기각하면서 입니다.

텍사스 동부 연방지방법원이 ‘전지박 특허 침해’와 ‘영업비밀 침해’ 두 가지 사안 모두의 심리를 진행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양사는 이 같은 결정을 두고 해석을 달리하면서 정면 충돌하고 있습니다.

우선 SK넥실리스는 이번 특허 침해 소송에서 동부연방지방법원이 영업비밀 침해 주장을 정식 심리하기로 결정한 것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법원이 수정 소장을 허용해 특허침해와 영업비밀 침해를 ‘동일’ 사건에서 다루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SK넥실리스가 제출한 소장에는 동박 제조 공정의 책심인 △첨가제 레시피와 전해액 운전 조건, 드럼 관리 방법 등의 영업비밀을 솔루스첨단소재가 부정 취득해 사용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SK넥실리스는 이 때 법원의 특허 침해 소송 상당 부분이 진행된 점을 고려해 특허 침해와 영업비밀 침해 사안을 ‘절차적으로’ 구분해 심리한다고 해석합니다. 이에 따라 영업비밀 침해가 별도로 심도 있게 다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SK넥실리스 측은 “배터리 산업의 건강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타인의 권리를 도용하는 행태는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라며 “이번 소송은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기술 우위를 지키는 데에도 의미도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솔루스첨단소재는 SK넥실리스가 이해한 판결문 요지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합니다. 법원은 SK넥실리스가 새로 제기한 영업비밀·불공정경쟁 주장을 기존 특허침해 소송과는 다른 ‘별도의 새 사건으로 분리’해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절차상의 별도 심리가 아닌 ‘별도의 사건’이라는 주장입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법원이 이렇게 결정한 이유를 쟁점 혼동 방지로 해석합니다. 특허 사건은 기술적 권리범위가 핵심이고, 영업비밀 사건은 비밀성과 사용 여부가 핵심인 만큼 별도 사건으로 분리해야 심리의 집중도와 공정성이 높아진다는 논리입니다.

솔루스첨단소재 측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특허침해 소송에 관한 재판에서는 SK넥실리스가 추가 요청한 영업비밀침해에 관한 사항은 다루지 않습니다”라며 “솔루스첨단소재측의 비침해 주장과 상대측 특허 무효 여부만 다투게 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양사가 한 사안을 다르게 해석하는 것은 소송 전략과 여론전에 큰 차이를 두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정식 심리 대상이 됐다는 것을 강조하면 솔루스첨단소재의 잘못을 추가로 입증할 기회가 열렸다는 의미인 반면 이를 별도 사건으로 강조하면 이번 소송전에서 특허만 따질 수 있어 방어 논리가 명확해집니다.

또 양사는 특허 증거를 두고도 첨예하게 대립 중입니다. SK넥실리스는 솔루스첨단소재가 특허침해 소송을 위해 제출한 선행제품 증거가 법원에 채택된 것은 절차적 판단에 불과하다는 입장입니다. 무효증거의 신빙성이나 특허 무효 가능성을 인정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입니다.

앞서 SK넥실리스는 해당 소송과 관련해 솔루스첨단소재의 유럽 자회사 써킷포일룩셈부르크(CFL)의 제품(선행제품)을 자사 특허 무효를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하지 말아 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달 23일 이를 기각한 바 있습니다.

이를 두고 솔루스첨단소재는 SK넥실리스가 침해를 주장하는 전지박은 이미 SK넥실리스의 특허출원일 이전에 생산된 범용 기술이라고 반박합니다. 상대측이 문제삼은 대부분의 기술은 CFL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사용해왔으며 이미 1990년대에 특허를 취득한 바 있다는 입장입니다. 또 법원이 자사 선행제품을 증거로 채택한 만큼 향후 특허 무효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갈등이 미국을 넘어 유럽으로 확산 중이라는 점입니다. SK넥실리스는 지난 8월 유럽에서도 독일 뮌헨과 만하임 법원에 솔루스첨단소재 계열사를 상대로 특허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에 해당하는 특허들은 현재 미국에서 소송 중인 특허와 동일한 특허입니다. 대상은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5건의 특허 가운데 유럽에 등록된 2건으로, 나머지 3건은 유럽에 등록되지 않아 소송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유럽통합특허법원(UPC)의 판결은 독일,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주요국에서 동시에 효력을 지닙니다. 이에 따라 유럽 소송 결과는 특정 국가를 넘어 유럽 전역에서 양사 사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국내에서도 양사의 소송전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SK넥실리스가 2023년 12월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데 맞서, 솔루스첨단소재는 같은해 서울지방법원에 6건의 특허침해 맞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이어 지난해 12월 2건을 추가해 현재 총 8건의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현재 특허침해 소송 8건 중 4건이 무효 판정을 받았습니다. 나머지 4건은 아직 심리가 시작되지 않은 상태라서 법원이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할 예정입니다. 특허·영업비밀 소송은 본래 수년씩 걸리기도 하지만, 벌써 약 1년 9개월째 법적 갈등이 이어지며 장기전으로 굳어진 셈입니다.

특히 솔루스첨단소재의 남은 4건 가운데 2건은 최근 일본 기업으로부터 특허를 매입한 뒤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른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체적으로 개발·출원한 기술이 아니라 외부에서 매입한 권리로 경쟁사를 공격했다는 것입니다.

이들을 바라보는 국내 배터리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이미 중국·일본 업체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데 한국의 대표적인 전지박 기업끼리 서로 소송전에 매달리며 ‘제 살 깎아먹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분쟁은 근본적으로 기술적 요인이나 시장 점유율 문제보다는 기업 가치와 이미지를 둘러싼 성격이 강합니다”라며 “과거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의 소송처럼 결국 양사 모두에 손해를 남길 수 있는 만큼 각사 내재 가치와 기술력으로 경쟁하는 것이 업계 전체에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SK넥실리스 정읍공장 전경. SKC 제공.
SK넥실리스 정읍공장 전경. SKC 제공.
솔루스첨단소재 헝가리공장 전경. 솔루스첨단소재 제공.
솔루스첨단소재 헝가리공장 전경. 솔루스첨단소재 제공.
박한나 기자(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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