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선 ‘해프닝’이 있었다. 여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주장과 관련해서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오전 열린 브리핑에서 전날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사법 독립을 위해서 (조 대법원장) 자신이 먼저 물러나야 한다”는 말에 대통령실도 같은 입장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 “특별한 입장은 없다”면서도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요구의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점에 대해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숙고와 논의를 통해 헌법 정신과 국민의 뜻을 반영한다. 가장 우선시되는 국민의 선출 권력”이라고 했다. ‘선출된 권력’인 국회에서 이런 요구가 나왔다면 (그보다 하위로) ‘임명된 권력’인 사법부는 그 이유를 돌아보는 게 우선이라는 뜻이다. 기자들은 추 위원장의 주장에 대통령실도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받아들이고 이를 속보로 보도했다.
하지만 브리핑 한 시간여 뒤 강 대변인은 다시 브리핑을 갖고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보도는 발언의 앞뒤 맥락을 자른 오독이고 오보”라며 자신이 말한 “원칙적 공감”은 “삼권 분립과 선출된 권력에 대한 존중감, 여기에 대한 원칙적 공감이라고 표현을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말씀하신 그 부분에 대해서 제가 다시 한 번 강조해서 표현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여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와 관련해 “국민의 뜻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선출 권력”이라며 “(헌법에) 어긋나면 모르겠는데, 그게 아니면 입법부를 통한 국민의 주권 의지를 존중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이런 말을 다시 강조한 것이라는 게 강 대변인의 주장이다.
추미애 의원은 14일 조 대법원장을 “내란 세력에게 번번이 면죄부를 주고 법을 이용해 죄를 빨아준 ‘사법 세탁소’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비난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날 민주당은 자진 사퇴에서 더 나아가 대법원장의 탄핵과 공수처 수사까지도 언급했다. 정청래 대표는 “사법부는 대법원장의 사조직이 아니다”며 대법원장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다. 법사위 소속인 서영교 의원은 자진해 사퇴하지 않는다면 탄핵돼야 한다면서 공수처도 조 대법원장을 서둘러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외에 ‘국정농단전담재판부’ 설치도 거론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사법부 장악, 사법부 말살 시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강 대변인의 오락가락 발언을 둘러싸고 국민들은 이 대통령의 진의가 과연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거대 여당의 압박에 따른 대법원장 사퇴나 탄핵은 민주주의를 뒤흔들 수 있는 국가의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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