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洑) 재가동을 둘러싸고 환경부와 세종시가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15일 세종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부 장관의 일방적인 세종보 재가동 중단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최 시장은 세종시 한두리대교 아래 ‘환경단체 천막농성장’ 인근에서 열린 ‘세종보가동추진주민협의체’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입장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고성, 몸싸움, 실랑이가 벌어졌다. 국민의힘 소속 시장이라는 정치적 배경까지 겹치면서, 보 재가동 여부가 다시금 진영 대립의 장으로 끌려 들어가는 모양새다. 앞서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지난 11일 세종보 천막농성장을 찾아가 보 재가동 중단을 약속한 바 있다.
보 문제는 문재인 정부 때부터 심한 논란을 낳고 있다. 당시 환경부는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을 줄이겠다며 보 철거 또는 개방을 추진했다. 반면 지역 사회에서는 가뭄과 물 부족 우려를 들어 강하게 반대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논란은 이어졌고, 이번에는 세종보가 중심에 섰다. 이렇게 정책 공방이 되풀이되는 사이 정작 갈증을 겪는 건 지역 주민들이다. 한쪽에서는 농업용수가 부족해 애를 태우고, 다른 한쪽에서는 상수도 공급의 불안정을 호소한다. 지난 2022년 문재인 정부가 4대강 보에 물을 가두지 않고 상시방류 정책을 펴자 지역 주민들이 심각한 가뭄 속에 용수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둥 구르는 일도 있었다. 이들의 목마름 앞에 ‘이념’은 사치일 것이다.
그렇기에 세종보 갈등은 진영 논리로 결론낼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옳으냐’가 아니라 ‘무엇이 지역주민들에 이익이 되느냐’다. 이념의 논리가 아니라, 냉정한 현실과 주민의 삶으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7월 충청권에 쏟아진 폭우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대전시는 환경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우기 이전에 선제적으로 대대적인 준설을 단행했고, 그 결과 범람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일방 결정과 감정적 반박으로는 갈등만 키울 뿐이다. 세종시민, 농업인, 전문가, 환경단체 모두가 참여하는 공개적 논의를 통해 합리적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