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은 떴는데…IP 주권 부재 우려
“창작자 권익·산업 환류 제도화 뒷받침 돼야”
“성과 환류 위한 제도·투자 기반 시급”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세계를 휩쓸었지만, 정작 국내 산업은 성과를 제대로 가져오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식재산권(IP) 주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글로벌 플랫폼에 종속돼 수익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국내 제작사는 차기 프로젝트 자금난에 시달리는 구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다.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IP 주권 전략과 과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K-콘텐츠의 성과가 국내 산업과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내 플랫폼 경쟁력 강화 △IP 유동화 및 금융 지원 제도화 △스토리 중심의 라이선싱 마켓 구축 △IP 전문 인력 양성 등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케데헌 열풍으로 전세계가 들썩이고 있지만,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 중심 유통 구조가 고착되면서 한국 제작사들은 원천 IP를 확보하지 못하고 하청 위치에 머무는 위험이 크다는 진단이 나온다. 제작사가 IP를 글로벌 플랫폼에 양도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제작비 조달 부담과 안전마진 확보 등이 꼽혔다. IP를 지킬 금융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플랫폼 부재로 인한 구조적 한계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징어 게임’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오징어 게임은 글로벌 흥행으로 1조원 이상 수익을 올렸지만, 국내 제작사가 가져간 몫은 25억원에 불과했다. 2022년 기준 디즈니는 라이선싱만으로 72조원, 해리포터는 20조원, 포켓몬은 11조원의 수익을 올렸다. 반면 한국 콘텐츠 기업의 IP 사업 비율은 12.4%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윤경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콘텐츠연구본부 본부장은 “케데헌은 K-콘텐츠가 제작 주체와 서사가 분리되면서 새 가치 사슬이 창출되는 과정이지만 제작과 유통 과정이 한국 외부에서 진행되는 구조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며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핵심은 ‘자본력’으로 제작사 입장에서는 제작비 대비 더 많은 투자를 제공하는 플랫폼과 거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이 본부장은 “IP 확보를 위한 자본 조달 역량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수익공유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일본 애니메이션인 ‘귀멸의 칼날’이 방송·출판·OTT·극장을 아우르는 자국 생태계 속에서 세계적 성공을 거둔 사례와 같이 자국 생태계와 함께 글로벌 OTT의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귀멸의 칼날은 기획판매·원작·애니메이션 제작 등 3개사가 출자해 전통적 제작위원회 방식을 탈피했고, 특히 극장판이 흥행하면서 글로벌 OTT로도 입소문을 탔다. 한국에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이 흥행했지만, 이후 IP 비즈니스 전개에는 확장성 측면에서 난관이 존재했다는 평이 나온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기존의 IP 확보 중심 전략을 넘어 ‘활용’을 고려한 종합적인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며 “콘텐츠 기획개발 단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이종 산업간 협력을 위한 네트워킹 지원 기능을 강화해 한국형 콘텐츠 IP 생태계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김성은 문화체육관광부 과장은 “제작 단계에서부터 IP를 확보할 수 있도록 ‘K-콘텐츠·미디어 전략펀드’를 신설해 대규모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며 “향후 게임·영상 등 미래전략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내 제작사와 플랫폼 동반 성장을 위해 OTT 특화 콘텐츠 제작지원, 출판·웹툰 등 원천 IP 발굴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IP 후속작·굿즈·협업 소비재 등 다양한 확장 사업도 지원할 것”이라고 김 과장은 설명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 K-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만큼 성과를 창작자에게 공정하게 배분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령 프랑스는 2018년 유럽연합(EU)의 ‘시청각미디어서비스지침’에서 IP 권리 일정 기간 후에는 자국 제작사로 환원하도록 했다. 2021년에는 ‘주문형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법’으로 프랑스 매출 20%를 자국과 유럽에 투자하도록 의무화하기도 햇다. 호주에서도 10% 매출은 자국 콘텐츠 투자에 권고하고 지난해 자국 콘텐츠 제공 의무 쿼터제를 시행했다.
강태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독일·프랑스는 저작권 양도를 제한하고, 계약 불균형 시 창작자가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권리를 인정한다”며 “해외 플랫폼이 과도한 수익을 가져간다고 단순히 비판하기보다 계약 내용이 불공정한지, 창작자의 곤궁한 상황을 악용한 것은 아닌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콘텐츠 산업의 주체들이 건설적 상생관계를 구축해 제작사·창작자들이 IP를 확보할 수 있는 산업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할것”이라며 “투자, 제작, 세제 지원 등을 통해 K-콘텐츠의 경쟁력 강화, K-콘텐츠와 플랫폼의 동반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나인 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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