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식 특허법인 성암 변리사

수십 년간 우리나라 지식재산(IP) 행정을 이끌어온 특허청이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지식재산처로 승격한다. 지식재산처의 출범은 지식재산이 더 이상 단순한 권리 등록업무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자산임을 천명한 것이다.

사실 지식재산처 설치논의는 오랜전부터 있었다. 새 정부가 출범 할때마다 지식재산처 설치와 대통령실 내 지식재산비서관 신설이 추진했지만, 부처 간 이해관계와 현실적 제약에 가로막혀 번번이 무산됐다. 그런 점에서 이번 승격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변화는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다. 디지털 전환과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지식재산을 국가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끌어올린 시대적 선언이다. 융복합 지식재산의 확산, 창출과 보호를 동시에 아우르는 컨트롤타워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한 조치이기도 하다.

오늘날 반도체, 이차전지, 인공지능, 바이오와 같은 핵심 기술은 단순한 산업 경쟁의 대상이 아니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자산이다. 주요국은 천문학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이어가며 특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은 1998년 국가지식산권국 설립 이후 지식재산을 국가전략으로 추진해왔고, 2018년에는 고품질 특허 출원에서 이미 미국을 앞질렀다. 2023년 기준으로 중국의 특허 출원은 168만 건으로, 미국의 약 3배에 달한다. 정부 차원의 강력한 정책 지원이 ‘지식재산 강국 중국’을 만든 것이다.

우리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특허출원은 세계 1위, 전체 특허출원은 세계 4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지식재산 금융 10조 원 달성 등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핵심 원천특허 부족으로 2024년 산업재산권 무역수지는 18억4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중소기업 기술탈취는 여전하고, 대학·공공 연구성과 활용도 낮은 실정이다. 양적 성장은 이루었으나 질적 내실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지식재산을 통한 첨단기술 경쟁력 강화와 경제·산업의 도약이 절실한 시점에서 지식재산처의 역할은 더욱 크다. 지식재산은 단순한 권리가 아니라, 국가 경제와 안보를 지켜내는 최전선의 전략자산이기 때문이다. 지식재산처는 우리 기업의 기술을 보호하고 해외 분쟁에서 방패 역할을 하며, 동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부처에 분산된 지식재산 업무를 조정·통합하는 정책 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 인공지능(AI) 창작물의 법적 지위, 소프트웨어 전송권, 3차원(3D) 프린팅 데이터 무단 배포 같은 문제는 어느 한 부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국가 차원의 일관된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지식재산기본법 개정과 함께 형식적으로 운영돼온 지식재산위원회를 지식재산처 또는 국무조정실로 이관해, 일본 지식재산전략본부처럼 실질적인 총괄기능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R&D와 지식재산을 연결하는 전략이 절실하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R&D 예산을 35조3000억원으로 늘렸지만, 사업화 성공률은 여전히 20%에 못 미친다. ‘R&D 패러독스’를 극복하려면 특허 빅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한 전략적 투자와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

셋째, 지식재산처는 ‘지식재산 보호의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한다. 한국형 증거개시제도의 조기도입, 지식재산 소송의 관할 집중, 소프트웨어·AI 데이터셋·퍼블리시티권 등 분산된 법제의 통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마지막으로, 제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초대 지식재산처장은 현장을 잘 이해하면서도 소신 있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산업계와 국민이 지식재산처의 미래를 신뢰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늘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왔다. 지식재산처가 국가와 기업, 그리고 국민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미래 성장을 이끄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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