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리스크에 유럽서 주력사업 확장나서
삼양·농심·CJ제일제당, 현지 납품·유통 '시동'
K-식품 기업들이 '틈새 수출처'로 여겨졌던 유럽 시장에서 주력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그간 K-식품의 비아시아권 수출처는 미국에 집중돼 있었지만, 최근 유럽에서도 수요가 늘면서 글로벌 수출 축이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발 통상 변수가 커지면서 유럽 시장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는 분위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필리핀계 외식기업 졸리비(Jollibee)와 손잡고 졸리비 영국 매장에 불닭소스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삼양식품이 지난해 7월 유럽법인을 설립한 이후 첫 B2B(기업 간 거래) 공급 계약 사례다.
졸리비는 올 하반기 중 불닭 소스로 만든 감자튀김 제품을 졸리비 영국 매장에서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삼양식품의 이번 공급이 프랑스나 독일 등 다른 유럽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와의 협력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심도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심은 지난 3월 유럽법인을 설립하고, 독일·프랑스 등 주요국 유통 채널 확대에 나선 상황이다. 농심은 유럽법인을 통해 현지 유통망 개척, 맞춤형 프로모션, 시장조사 등을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은 지난해 유럽에서 8400만달러(약 11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2030년까지 이를 4배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라면류는 그간 아시아권에서만 소비되는 제품이었는데, 최근 1~2년 사이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에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특히 유럽 시장은 국내 식품기업으로서는 대표적인 블루오션 시장인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도 김치 요리용 소스를 앞세워 유럽 식품시장에서 입지 구축에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달 중 영국과 프랑스 현지 주요 식당에 소스 제품 납품을 시작한다. 현지 호텔 등에서 B2B 사업을 진행해 인지도를 쌓은 뒤, 글로벌 가정용 제품 출시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한다는 전략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 모니터에 따르면 글로벌 푸드 서비스(B2B) 시장은 지난해 약 4500조원 규모로, 최근 5년간 40% 가량 성장했다. 이 가운데 아시아 요리가 포함된 카테고리 규모는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 중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식품사의 유럽 수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로 미국에서 K-식품 유통 시장 여건이 나빠지면서, 유럽 시장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식품업계 다른 관계자는 "K-팝 붐 덕분에 유럽에서도 한식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졌고, 식품 유통망도 아시아계 마트 중심에서 현지 프랜차이즈·대형마트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며 "유럽 법인이 진출해 있는 만큼, 현지 입맛에 맞춘 이벤트 제품도 머지않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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