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재편은커녕 입장차만 확인

여수·대산·울산서 논의 지지부진

업계 “정부 추가지원 있어야 탄력”

대산석유화학단지. 연합뉴스.
대산석유화학단지. 연합뉴스.

중국·중동발 공급 과잉의 직격탄을 맞은 석유화학 업계가 연말까지 구체적 사업재편 계획을 내기로 협약을 맺은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뚜렷한 가닥을 잡지 못한 채 논의가 공전하고 있다. 자율 협상 원칙 속 물밑 논의에서 입장차만 확인하고 있다.

14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여수, 대산, 울산 등 국내 3대 석화 산업단지에서는 지난달 20일 구조개편 협약 이후 단지별 정유사를 중심으로 석화사들의 통합 제안이 활발히 오가고 있다.

석화사가 원유를 다루는 정유사와 손을 잡으면 원재료인 나프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설비 합리화를 통해 나프타분해시설(NCC) 생산능력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 논의 초기부터 이 같은 수직 계열화가 핵심 방안으로 거론됐다.

국내 최대 석화 산단인 여수에서는 GS칼텍스를 둘러싸고 LG화학과 롯데케미칼, 여천NCC의 카드 맞추기가 시작됐다. 최근 LG화학이 GS칼텍스 쪽에 여수 NCC를 매각하고 합작회사를 설립해 통합 운영하자는 제안을 했다.

롯데케미칼도 수직 계열화 파트너로 GS칼텍스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 진전이 확인된 바는 없다. 정유 사업이 중심인 GS칼텍스는 석화사와의 통합 논의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분위기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대산에서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정유 시설을 갖춘 HD현대오일뱅크와 합치는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이는 롯데케미칼의 NCC를 HD현대케미칼로 통합하고, 여기에 HD현대케미칼 모회사인 HD현대오일뱅크가 추가 출자하는 방식이다.

울산에서는 정유사인 SK에너지에서 나프타를 공급받는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가 NCC를 통합해 수직 계열화를 이루는 구상이 떠오르고 있다. 다만 이 역시 대한유화가 자금 문제로 SK지오센트릭 인수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직 계열화 외에도 석화사 간 수평적 통합을 위한 ‘빅딜’ 논의 역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국내 2, 3위 에틸렌 생산 업체인 롯데케미칼과 여천NCC의 통합 가능성이 대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수에서 롯데케미칼은 연간 123만톤, 여천NCC는 연간 228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는 만큼 통합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지분을 반씩 보유한 여천NCC의 지배 구조가 논의에 걸림될이 될 수 있다.

정부가 “다른 기업들의 설비 감축 혜택만 누리려는 무임승차 기업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일부 업체는 한발 물러서 있는 모습이다. 업체마다 사업 구조나 재정 상황에 따라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다른 데다 외국계 또는 합작사들은 해외 본사의 전략 결정이 중요한 탓이다.

정부가 추가 지원책을 내놔야 지지부진한 논의가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요청도 이어진다. 업계는 자산 통합 과정에서의 세제 부담 경감이나,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심사의 한시적 완화 등을 요청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선(先)자구노력, 후(後)지원을 원칙으로 업계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박한나 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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