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산정에 조달비용 등 반영
“저신용자 대출창구 좁아질 것”
이재명 대통령이 15%대의 서민 대출 금리에 대해 ‘잔인하다’는 평가와 함께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다만 최저 신용자 대출 금리를 낮추면 오히려 고위험 차주들의 대출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15%대인 최저 신용 대출자 금리를 두고 “어려운 사람 대출(이자)이 더 비싸다. 너무 잔인하다. 고신용자엔 저이자로 고액을 장기로 빌려주지만 저신용자에는 고리로 소액을 단기로 빌려줘 죽을 지경일 것”이라면서 “가장 잔인한 영역이 금융 영역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에 어떻게 서민 금융이란 이름을 붙이느냐. 경제 성장률 1% 시대에 성장률의 10배인 15%가 넘는 이자를 주고 서민이 살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초우량 고객에게 초저금리로 돈을 빌려주면서 0.1%만이라도 부담을 조금 더 지워 금융기관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15.9%보다 좀 더 싸게 빌려주면 안 되나”고 언급했다.
주요 시중은행에서는 소득이 적거나 신용이 낮아 대출받기 어려운 고객을 위해 서민 맞춤형 대출 ‘새희망홀씨’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급전이 필요하거나 새희망홀씨를 받지 못할 때는 카드론이나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찾기도 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8개 전업카드사(삼성·신한·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4.3%로 집계됐다. 신용 점수 700점 이하인 저신용자들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7.74% 수준이다.
우리카드가 18.69%로 저신용자 카드론 평균 금리가 가장 높았다. KB국민카드는 유일하게 신용 점수 401~500점대의 저신용 고객에 연 19.9%의 금리로 카드론을 취급하고 있다.
저축은행업권에서도 법정 최고 금리(연 20%) 수준의 신용대출 상품을 찾을 수 있다.
금융기관들은 조달 비용, 연체 리스크 등을 고려해 대출금리를 산정한다. 신용등급이 낮은 차주들의 대출금리가 높은 것은 연체 등의 리스크를 반영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을 도와야 한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 금리가 높은 것은 여러 리스크를 반영해 산정한 것이다. 저신용자들은 아무래도 연체 우려가 크기 때문에 금리 산정에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저신용자들의 대출금리를 낮추면 금융기관들은 고위험 차주에 대한 대출을 줄일 수 있다. 그러면 최저 신용자들은 오히려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게 된다. 2021년 법정 금리 한도가 연 24%에서 연 20%로 낮아지자 2금융권에서는 고위험 차주에 대한 대출을 줄인 바 있다.또 다른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고객의 신용 점수에 따라 책정된다. 2금융권의 대출금리를 하향 조정할 경우 금융기관들이 고위험 차주에 대한 대출을 줄일 수 있다. 신용이 낮은 고객은 대출을 못 받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면서 “오히려 서민들의 대출 창구가 좁아지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를 계기로 서민금융안정기금 도입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서민금융안정기금은 이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자, 국정기획위원회가 포용금융 확대 방안의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정부와 금융권이 함께 기금을 조성해 정책서민금융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최근 은행권을 중심으로 정부의 상생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서민금융안정기금까지 도입되면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최정서 기자 emotion@dt.co.kr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