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신규 원전 건설계획에 대해 "거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석열 정부 당시 확정했던 '2038년까지 대형 원전 2기, 소형모듈원전(SMR) 1기 신규 건설' 계획을 사실상 폐기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짓는 데 10년 이상 걸리는 원전 대신 "1~2년이면 되는 태양광과 풍력을 대대적으로 건설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탈(脫)원전 기조였던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을 위한 데이터센터 등에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니 원전을 짓자고 하는데 (여기에는) 기본적인 맹점이 있다"며 "원전을 짓는 데 최소 15년이 걸리고 지을 곳도 지으려다가 중단한 한 곳 빼고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지금 (원전을 짓기) 시작해도 10년 지나 지을까 말까인데 그게 대책인가"라면서 "안전성(이 확보되고) 부지가 있으면 (건설을)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거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차세대 전력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해서도 "기술 개발도 안 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 김성환 환경부 장관의 발언과 관련한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11차 전기본에 반영된 '원전 2기와 SMR 1기 신규 건설'과 관련, "11차 전기본은 현재 정부 계획이기에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원전을 신규로 지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국민의 공론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어 "(신규 원전에 대한 의견은) 12차 전기본에 담길 것"이라고 예고했다. 업계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을 조속히 추진할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다만 "가동 기간이 지난 원전도 안전성이 담보되면 연장해서 사용하고, 짓고 있는 것은 잘 지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월성 1호기 등 노후 원전에 대한 보수·재가동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앞서 이 대통령의 핵심 국정 과제인 '재생에너지 대전환' 추진 차원에서 11차 전기본 대비 재생에너지 확충 속도를 올리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결국 신규 원전 건설은 재검토하고, 재생에너지 확충은 당초 계획보다 더욱 서두르기로 하면서 확정된 11차 전기본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우리나라의 장기 전력 수급 계획은 새로 출범할 기후에너지환경부 주도로 작성될 12차 전기본(2026∼2040년)에서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12차 전기본은 올해 하반기 공식 논의를 시작해 내년 하반기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과 김 장관의 신규 원전 관련 발언으로 당초 올해 시작될 전망이던 신규 원전 부지 선정 절차는 12차 전기본 확정 뒤로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원자력계는 신규 원전 건설 재검토가 '제2의 탈원전' 정책이 시작된 것이라고 우려했다. 원자력학회는 지난 9일 "AI 혁명, 데이터센터 확충, 전기차 보급 확대 등으로 국가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대규모 기저 전력 확보는 국가 최우선 과제가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원전 건설·운영을 환경 규제 중심의 부처에 맡기는 것은 필연적으로 원자력 산업의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계획대로 올해 원전 부지 선정에 착수해도 계획된 2038년에 신규 원전을 건설해 가동하기 어려운 여건에서 이미 확정된 계획을 사실상 폐기하고 수년간 결정을 미룬다면 AI발 전력수요 급증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의 전력 수급 안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과 관련한 논란에도 입장을 밝혔다. 내달 1일 출범할 예정인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대해, 대표적인 '규제 부처'인 환경부가 에너지정책을 담당하면 에너지 정책이 제대로 흘러갈 수 있겠냐는 목소리가 나오자 답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에너지 분야는 (부처) 내부 토론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고 낫다"면서 "다른 부처가 돼서 서로 말도 안 하는 것보다 한 부처에서 갑론을박 해 (정책을) 결정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임재섭 기자 yjs@dt.co.kr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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