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 TF 설치… 위헌 여부 등 쟁점 남아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 與 “박탈” 요구에 반대 의견도 고려
李 “감정 배제·논리 치밀·전문적 검토 필요… 의견 듣자” 제안
내란특별재판부 도입 위헌 주장에 “그게 무슨 위헌이냐” 반문
3대 특검법 수정 합의 하루만에 뒤집혀… “협치는 야합과 달라”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개혁, 특검법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해 명확한 의견 표명을 통해 여당 손을 들어줬다.
여야의 ‘협치’는 강조하되, 검찰개혁·내란특별재판부·‘더 센’ 특검법 등에서 집권여당 지도부의 강경 기조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특히 정부조직법과 특검법을 맞바꾸는 여야 합의안에 대해 “민주공화국의 본질과는 맞바꿀 수 없다”고 못박으며 원칙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검찰개혁 관련 “수사·기소 분리, 치밀한 장치 필요”
이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검찰개혁의 구체적 로드맵이 중요한 만큼 전문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검찰제도를 개편하는 문제는 정말로 중요한 일”이라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할 때 아주 치밀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사법제도 개편에서 수사와 기소 분리는 제일 중요한데 하기로 하지 않았나. 그럼 어디다 맡길 거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정부조직개편안을 통해 검찰청은 약 78년 만에 폐지된다. 검찰개혁은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를 대원칙으로 삼는다. 검찰의 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기소권은 공소청이 전담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치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무총리실 아래에 ‘범정부 검찰제도 개혁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세부 방안에 대한 결론을 도출한다는 계획이지만, 위헌 논란과 수사기관 범위 중복 등 쟁점이 아직 다수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당초 검찰개혁을 두고서는 당정 간 이견이 드러나 내홍이 일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외연 확장의 일환으로 중수청 설치 등에서 속도조절을 주장해 왔다. 다만 민주당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중수청을 설치하는 것로 결론을 내리며 당의 강경안을 밀어붙였다.
◇보완수사권 완전 박탈에는 의견 두루 수렴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도 논란인 가운데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한 각론은 신중히 조정하겠다고 했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이에 대해 성급히 결론내지 않고 토론 여지를 열어뒀다. 자칫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지면서 검찰 개혁의 취지가 퇴색하는 일이 없도록 보다 치밀한 접근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구더기가 싫다고 장독을 없앨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여당 강경파의 ‘보완수사권 전면 박탈’ 요구엔 거리를 두고 국가의 범죄대응 역량 저하를 우려하는 반대 의견까지 고려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수사권 남용 방지 장치, 사건 이송·협업 과정, 인권·피해자 보호 사이의 균형 등을 입법 단계에서 촘촘히 담아야 한다는 메시지다. 개혁 속도전에 따른 수사 공백·혼선을 차단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그게(조정 방안) 어떤 건지를 지금부터 1년 내에, 사실은 1년도 짧지만 조직화하고 분석하고 제도 만들고 공간을 구하고, 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고 논리적으로 치밀하게, 전문적으로 검토하자”며 “정부가 주도하자. 그 과정에서 야당 의견도, 여당 의견도, 피해자 의견도, 검찰 의견도 다 들어서 논쟁을 통해 문제를 제거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그간 수사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다만 검찰은 보완수사권이 사라지면 경찰이 불송치 결정한 사건에 대해 직접 수사할 수 없고 불기소된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를 명령할 수 없다며 존치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보완수사권에 대해서는 전면 폐지보다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부가 당의 단호한 반응에 한 발 물러섰다. 당 강경파는 정 장관의 해당 발언에 당혹스럽다는 취지의 표현을 사용했다.
이날 이 대통령이 “구더기 싫다고 장독을 없앨 수는 없다”며 수사·기소 분리의 원칙은 고수하되, 수사 공백과 범죄 대응력 저하를 방지할 세밀한 보완책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대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개혁 입법 과정에서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전문가 검토와 공청회, 야당과 검찰의 의견까지 폭넓게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이 직접 ‘정부 주도 설계’를 언급하면서, 개혁 속도전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내란특별재판부 도입 관련 “무슨 위헌인가”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 도입 둘러싼 위헌 논란에 대해 이 대통령은 “그게 무슨 위헌이냐”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은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서 판단하는 것으로, 사법부 구조는 사법부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가장 최종적으로 강력히 존중돼야 할 것이 국민 주권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또 “사법이란, 정치로부터 간접적으로 권한을 받은 것인데 어느 날 전도돼 정치가 사법에 종속됐다”며 “결정적 형태가 정치 검찰이다. 나라가 망할 뻔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은 내란 사건 관련 1·2심 재판을 전담할 특별재판부와 특별영장판사를 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대통령이 위헌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논란을 단번에 종식시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달 29일 “위헌적 소지가 크고 사법권 독립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법원행정처는 “사무 분담이나 사건 배당은 법원의 전속 권한으로, 국회나 대한변협이 특정 사건을 전담할 법관 구성에 관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특별재판부 설치는 헌법이 예정하지 않는 위헌적 제도”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도 지난달 30일 논평을 통해 “수사도, 재판도, 판결도 민주당이 통제하는 구조라면 대한민국은 법치가 아니라 ‘민주당치(治)’로 전락한다”며 “이미 3대 특검이 민주당에 의해 구성된 ‘민주당 오더 특검’인데, 재판부까지 손에 쥐고 판결을 민주당이 원하는 대로, 자신들의 마음대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 센’ 특검법에 ‘강경 지도부’ 힘 싣기
전날 여야가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법을 두고 수정 합의에 접근했다가 하루 만에 뒤집힌 사건에 대해 이 대통령은 “협치는 야합과 다르다”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은 “내란 특검 연장을 안 하는 조건으로 정부조직법을 통과시켜주기로 했다고 시끄럽더라. 제가 시킨 것 같다는 여론이 있어 저에게 비난이 쏟아지는데, (합의안을) 몰랐고 그런 걸 원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일 열 개 훔치던 집단과 열심히 하던 집단이 ‘다섯 개만 훔치자’고 타협할 수는 없다”며 “(정부조직) 개편을 못한다고 일 못하는 게 아니다”고 직격했다.
또 “내란 진실을 철저히 규명하는 것은 민주공화국의 본질적 가치다. 그걸 어떻게 맞바꾸느냐”고 반문했다.
원내지도부의 협상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고 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입장과 같은 취지의 발언으로, 정 대표의 결정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로써 당내 혼란을 정리하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됐다.
앞서 전날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회동을 통해 ‘특검법 개정안 수정 합의’에 이르렀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의 금융감독위 설치 협조를 조건으로 3대 특검 수사 기간을 추가 연장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는 하룻밤새 번복됐고 민주당은 국민의힘 불참 속에 ‘더 센 특검법’을 모두 통과시켰다.
안소현 기자 ashrigh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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