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에 자리한 고리 제2발전소 전경. 오른쪽은 40년 설계수명이 다해 운영 중단된 고리 원전 4호기.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부산 기장군에 자리한 고리 제2발전소 전경. 오른쪽은 40년 설계수명이 다해 운영 중단된 고리 원전 4호기.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취임 100일을 맞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존 원전은 합리적 에너지 믹스 차원에서 활용하겠지만, 신규 원전 건설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금 (원전을 짓기) 시작해도 10년 지나 지을까 말까인데 그게 대책인가”라면서 “안전성이 확보되고 부지가 있으면 (건설을)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거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비록 “안 한다는 것은 아니고 원래 계획대로 하면 된다”고 언급하기는 했지만 신규 원전 건설에 부정적 인식을 분명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앞서 김성환 환경부 장관도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 당시 확정된 신규 원전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문제는 정부가 ‘AI 글로벌 3강’을 국가 목표로 내세우면서도, 정작 그 기반이 될 전력 정책에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기차, 스마트 모빌리티 등 모든 미래 산업은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신규 원전 건설을 보류한다면 이를 어떻게 감당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커진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해법으로 제시되지만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입지 제약 등은 이미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원전마저 배제된다면 결국 AI 시대 급증하는 전력 수요는 다시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탄소중립 목표와도 충돌해 국제사회로부터 한국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AI G3’ 을 국가 비전으로 외치면서도 이를 떠받칠 에너지 전략을 외면한다면 모순이다. 물론 원전 확대에 대한 우려는 존재한다. 안전성,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 지역 갈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는 기술 개발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풀어야 할 과제이지, 신규 원전을 통째로 배제할 명분은 되지 못한다. 더구나 기존 원전의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어, 새로운 원전을 세우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전력 공백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산업계의 현실적 수요, 국제적인 탄소중립 압력, 전력 인프라의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 신규 원전 보류로 인한 전력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답하지 못한다면, AI 시대 미래 구상은 공허한 구호로 끝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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