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김병기 사과 요구에 “부덕 소치”

김병기, 정청래 소통 없었다는 뉘앙스에 ‘분노’

與의원들, 문자 폭탄 받아… 강경파 일제히 ‘반대’

국힘, ‘필버’ 없이 표결 보이콧… 12일 규탄대회

익명 관계자 “개딸 영향 받았을 가능성 있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본회의를 앞두고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합의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하룻밤 만에 뒤집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해병)법 개정안’ 표결에 ‘보이콧’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3대 특검의 수사 기간을 30일 추가 연장하고, 수사 인원을 늘린 특검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합의 파기 후폭풍에 11일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 강경파와 강성당원들의 목소리에 압도된 결과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특검법 여야 합의 과정과 관련해 ‘지도부 뜻과 많이 다르다’고 발언한 정청래 당대표에게 “공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정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내 부덕의 소치”라고 사과했다. 공교롭게도 이 대통령 집권 100일을 맞은 잔칫날 집권여당의 대표와 원내대표가 처음으로 공개 충돌한 것이다.

앞서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김 원내대표도 고생을 많이 했지만 우리 지도부 뜻과 많이 달라 당황했다”며 “특검법 원래 취지와 정면 배치돼 (재협상을)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의 여야 합의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불화설이 제기됐다. 다만 원내에선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3대 특검법 개정안에 대해 합의를 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 원내대표 독단으로 국민의힘과 합의를 한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당내 비판을 혼자 감당해야 했던 김 원내대표가 정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한 이유이기도 하다.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약 6시간에 걸친 협의 끝에 국민의힘 요구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특검 파견 검사 증원 폭을 줄이고 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방향으로 합의했다. 이날 저녁 이 같은 합의 내용이 공개되자 강성 당원들이 김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를 향해 200통 이상의 ‘문자 폭탄’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당내 강경파에서도 반발이 터져나왔다.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굳이 합의가 필요치 않다”고 밝혔다. 박선원 의원은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가 뭐가 두렵냐”고 비판했다. 한준호 의원은 “많은 의혹을 짧은 기한 내 수사하는 건 불가능하다. 재고해달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합의를 번복하자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진행한 뒤 3대 특검법 표결 불참 및 12일 오후 규탄대회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내일 오후 2시에 우리는 대대적인 투쟁을 할 것”이라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불참 속에 ‘더 센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의 이 같은 행태에 정치권에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관행을 볼 때 집권 여당이 합의를 번복한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감이 결여됐다는 게 비판의 주된 내용이다.

특히 김 원내대표와 협상 내용을 공유했을 정 대표가 합의를 번복한 배경에 대해 당내 강성 지지층인 ‘개딸’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양당 원내대표가 10일 합의를 마친 뒤 반대 목소리가 분출하자 생각을 바꿨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 대표가) 강성 지지층인 개딸 영향을 받은 거 같다”며 “정 대표가 협의가 안 됐다는 식으로 얘기하면서 상황이 더 이상해졌다. 개딸 정당으로 가고 있는 거 같다”고 지적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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