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재벌 의존도 높아 혁신 발목

국제협력에 맞게 생태계 정비를“

퍼 스테니우스 레달 최고경영자(CEO)가 11일 서울 광화문 모처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장우진 기자
퍼 스테니우스 레달 최고경영자(CEO)가 11일 서울 광화문 모처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장우진 기자

퍼 스테니우스 레달 CEO

“한국의 ‘인공지능(AI) 3강’ 도약을 위해서는 한류처럼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기초 교육, 기술 인력 양성, 국제 생태계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유럽 기반의 글로벌 컨설팅업체 레달의 퍼 스테니우스 최고경영자(CEO)는 11일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스테니우스 CEO는 “현재 한국 정부의 AI 정책은 글로벌 방향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자립’(Self-sufficiency)이 중요하지만 글로벌 상업적 성공을 원한다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를 개발한다고 할 때는 정부 입장인지, 경제적인 입장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보통은 상업적 용도의 AI를 개발해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부분일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는 것은 좋지만 주권적 목표와 경제 성장을 위한 상업적 성공을 어떻게 구분하고 접근할지, 그 전략이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스테니우스 CEO는 한국 AI의 성장을 위한 키워드로 ‘민간 주도’와 ‘해외 자본 유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시장은 미국·중국에 비해 인프라가 제한적인 만큼, 자체적인 성장 체제를 고집하기보다 글로벌 환경 속에서 AI 생태계를 육성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다르파(DARPA·미 국방부 소속 연구개발 기관)를 통해 펀딩이 되면 군사적 개발을 위해 자금을 사용한다. 다르파를 통해 기술이 개발되면 상업화시키는 것은 기업들이 스스로 진행한다”며 “이는 정부 주도 성공 사례의 특별한 사례지만, 이 역시도 민간이 확장시키는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퍼 스테니우스 레달 최고경영자(CEO). 레달 제공
퍼 스테니우스 레달 최고경영자(CEO). 레달 제공

스테니우스 CEO는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 등 K 콘텐츠의 세계적 열풍 역시 민간과 글로벌 자본 등이 융합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K팝을 말할 때 한국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투자금을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태국, 대만 등의 스태프들과 제작사들이 참여한다”며, 그 밑바탕에는 30여년 전 한류를 키우기 위해 추진한 정부의 규제 완화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991년의 법 개정으로 음반회사의 창업이 쉬워지고 외국 자본도 유입될 수 있었다”며 “정부는 문화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했고, 이는 (긴 시간 동안)다양한 콘텐츠 실험을 가능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스테니우스 CEO는 재벌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 생태계도 AI 혁신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그는 “재벌(오너 대기업)들은 자원이 많아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지만 역동적인 벤처 생태계와 글로벌 자본의 유입이 더 중요하다”며 “상업용 AI 솔루션 개발에는 매우 큰 자금과 데이터가 필요한 데 미국과 중국의 대기업만이 이 요건을 충족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단독으로 움직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스테니우스 CEO는 핀란드 양자컴퓨터 기업인 ‘IQM 퀀텀 컴퓨터’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 기업은 유럽과 미국 외 지역에서 양자 분야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리즈B 투자금인 3억2000만달러를 유치, 총 6억달러의 자금을 모집했다. 핀란드에서 시작했지만 국경 없는 접근 방식을 통해 유럽 기업으로 자리매김, 글로벌 성장의 토대를 마련한 대표 사례로 평가 받는다.

그는 “유럽의 경우 기술은 많지만, 단독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없어 협력이 필수다. 실리콘밸리도 미국 내뿐 아닌 전 세계 인재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한국도 규제와 법적 환경을 국제 협력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재벌-스타트업-글로벌 자본과 역량 등의 요소가 잘 결합되면 한국의 AI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장우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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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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