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서울 KT 판매점 앞을 지나고 있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KT 무단 소액결제는 불법 초소형 기지국을 활용한 해킹 때문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시민이 서울 KT 판매점 앞을 지나고 있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KT 무단 소액결제는 불법 초소형 기지국을 활용한 해킹 때문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연합뉴스

KT 가입자들의 무단 소액결제 피해가 ‘유령 기지국’의 해킹 때문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민관 합동 조사단을 꾸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류제명 2차관은 10일 브리핑을 열고 “조사 과정에서 KT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불법 초소형 기지국(펨토셀)이 KT 통신망에 접속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커가 유령 초소형 기지국을 통해 KT 이용자들의 정상 트래픽을 가로채 소액결제 피해를 일으켰다는 추정이 유력한 상황이다. 불법 기지국을 차량 등에 싣고 이동하면서 범행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정부는 통신 3사 신규 초소형 기지국의 통신망 접속을 전면 제한했다. 이런 가운데 KT 무단 소액결제 피해 규모는 커지고 있다. KT 자체 조사에 따르면 10일 현재 피해 신고는 278건, 피해액은 1억7000만원을 넘어섰다.

유령 기지국을 이용한 해킹은 기술적으로 고도화된 수법이다. 휴대전화는 가까운 기지국에 자동 접속하는 구조인데, 해커들은 이 원리를 악용해 ‘가짜 기지국’을 세운다. 일단 접속되면 고유 가입자 식별번호와 통신 데이터가 탈취되고, 그 결과 무단 결제가 가능해진다. 국내에서는 전례가 없었던 방식이지만, 해외에서는 군사적·정보기관 차원에서 종종 활용돼왔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이런 해킹이 현실화되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건이 단순히 민간 금융 피해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유령 기지국이 특정 지역에 설치되면, 그곳을 지나는 모든 휴대폰이 잠재적 피해 대상이 된다. 만약 공무원, 군 관계자, 외교관 등 국가 주요 인사들을 대상으로 사용된다면 그 피해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상 초유의 ‘KT 유령 기지국’ 해킹은 국가 전체의 보안망이 뚫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이자, 다가올 더 큰 위기의 예고편이다. 이대로라면 국가보안망까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안이한 대처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전면적 보안 개혁이다. 모든 통신사에 대한 보안 점검을 즉각 시행하고, 유령 기지국 탐지·차단 장치를 의무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국제 해킹 조직의 개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공조 수사도 병행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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