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동네 마트에 활기
물가상승 우려·일회성 한계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지 100일. 내수 촉진에 드라이브를 건 정부 정책은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정부가 지난 7월말 지급을 시작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불황에 시달리던 골목식당과 동네 마트,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계엄 사태 이후 극심한 소비 위축에 시달렸던 오프라인 업종 자영업자들이 내수 진작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다만 소비쿠폰이 시중 유동성을 자극하면서 향후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과 일회성 정책이라는 한계가 남아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민생쿠폰 지급 후 절반 이상의 회원사 소속 사업장에서 매출이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도매업(68.6%)과 음식·카페 등 식음료업(52.6%)이 두드러졌다. 남대문시장, 용문시장 등 전통시장에서는 육류 판매점과 식당 매출이 늘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편의점 식품·주류 판매도 눈에 띄게 늘었다. GS25에서는 축산품(101%)과 수산품(114%)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두 배로 늘었고, CU에서는 건강식품 매출이 86% 늘었다. 세븐일레븐에서는 같은 기간 즉석식품(60%)·냉동정육(40%)·고급 아이스크림(20%)이, 이마트24에서는 두부·콩나물(47%)·냉장국·탕·찌개(46%) 등의 매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이밖에 소비쿠폰 지급 후 한 달간 정관장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늘었고, 롯데리아의 가맹점 매출은 전월 대비 10%가량 증가했다.
본래 여름철 폭염·폭우가 찾아오면 소비자들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로 몰려 전통시장은 파리만 날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식당도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 매출이 줄기 마련이다. 그러나 올해는 자영업자 체감 매출이 증가한 사례가 다수 포착됐다. 정부가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제외하고 연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업체로 한정한 결과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여름은 전통시장 비수기인데, 올해는 의외로 손님이 끊기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소비쿠폰 효과를 가장 체감하는 계층은 대형마트 바깥에 있는 자영업자들”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비쿠폰이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민생쿠폰 지급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현금성 소비 여력이 많아질 경우, 수요 자극·공급단가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어서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라면 한 봉지에 2000원이나 한다는데, 진짜냐”고 말하며 식품업계에 가격 인하를 압박했다. 당시 이 발언은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 기조의 일환으로 해석됐다.
이후 가격 인상을 결정한 식품업체는 아직 없지만, 이 같은 기조를 장기간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들이 정권 출범 초기에는 정책 기조를 따르기 위해 가격 인상을 자제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된 원가 부담과 비용 압박이 커지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질 수 있어서다.
당장 소비쿠폰이 수요 진작에는 긍정적이지만,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소비쿠폰 한도가 소진되면 곧바로 내수 침체가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소비쿠폰을 정기적으로 편성·지급하는 것은 재정 여건상 쉽지 않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소비쿠폰이 현재 소비 진작에는 효과적이지만, 물가 대응을 병행하지 않으면 향후 역효과가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쿠폰 유입이 끊기면 기업·소비자 모두 더 큰 부담을 지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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