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생산자 물가 모두 마이너스
근원 CPI 0.9% 올랐지만 정책 효과
부동산 경기와 내수, 여전히 밑바닥
미·중 무역 마찰로 수출환경도 악화
“당장 소비진작이냐 구조조정이냐”
중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0.4% 하락하면서 시장 전망치인 0.2% 하락을 웃도는 낙폭을 기록했다. 이는 물가 하락 흐름이 다시 본격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디플레이션 우려를 높이고 있다.
중국 물가통계국에 따르면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대비 2.9% 하락했다. 7월(-3.6%)보다 낙폭이 둔화된 것이나 여전히 디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징후다.
물가하락은 식품 가격 하락이 주도했다. 특히 신선 채소와 계란 가격 급락이 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근원 CPI(식품·에너지 제외)는 0.9% 올라 2023년 2월 이후 최고치로 상승했다. 이처럼 전반적인 소비자물가지수는 하락했지만, 근원 물가는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해외의 시각은 정책적 대응 효과로 보고 있다. 제살 깎아먹기식 과잉 공급을 억제하고 무차별 가격 경쟁을 제한한 효과로 평가된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중국은 수년간의 부동산 경기 둔화와 내수 위축에다 미·중 무역 마찰로 수출 환경도 악화됐다”며 “이러한 구조적 압박이 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8월 CPI 하락폭이 예상치보다 크게 나타나면서 디플레이션 탈피는 아직 멀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고 짚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쉬톈천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아직 중국의 인플레 목표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내수 부양책이 물가 하방을 일부 떠받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FT는 중국 당국의 과잉경쟁 억제가 가격 회복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투자 위축과 성장 둔화의 리스크는 여전하다고 경고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부터 소비자 대출 및 요식·관광 등 서비스업체에 이자 보조 프로그램을 시행하며 내수 회복에 나서고 있다. 수출 성장률이 최근 6개월래 최저치로 둔화하고 미중 무역 분쟁의 완화적 효과도 사라지면서 경기후퇴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응급책이다.
특히 CPI 하락의 주요인이 식품 가격임을 고려할 때, 근본적 소비 회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다. PPI의 낙폭 축소는 긍정적 신호지만, 업 사이클을 위한 구조적 변화와 투자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진정한 회복은 지연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잉경쟁 억제 정책이 가격 안정에는 기여하지만, 투자 및 성장 둔화 리스크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경제를 바라보는 해외 시각은 여전히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근원 인플레이션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 PPI 낙폭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은 정책 효과로 간주될 뿐이다.
소비회복 부진, 부동산 침체, 미국의 무역압박 지속 등 구조적 요인이 워낙 강하기에 단기적인 물가 상황만으로 디플레이션 경로를 이탈했다고 보고 어렵다는 분석이다.
결국 소비자물가의 추가 하락 여부에 따라 디플레이션으로 갈 것이냐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몇 달간 식품 외 분야에서도 물가 하락이 이어진다면 디플레이션 우려는 더 높아질 것이다.
당국이 당장의 소비 진작에 치중할 것인지 아니면 구조개혁을 중심에 둘 것인지 여부도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점치는 지표다.
전자를 선택할 경우 디플레이션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수출 및 제조업 회복 여부도 디플레이션을 결정할 것이다. 글로벌 수요 회복과 제조업 업황 개선이 병행될 경우, 물가 및 경제 전반의 업사이클 기회가 생겨 디플레이션 우려를 떨쳐버릴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은 있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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