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강력 처벌 주문
근로자 사망사고 잇따라 발생
현장안전 확보 기틀 마련 필요
이재명 정부가 중대 사망사고 재해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꼬집으며 ‘산재와의 전쟁’에 나섰지만 현장 근로자가 숨지는 재해 사망사고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정부 출범 100일 만에 7명이나 현장 근로자가 숨지며 한 달에 2명 꼴로 사망사고가 일어난 셈인데, 현장 안전 관리가 얼마나 더 개선됐고 개선 중인지는 좀 더 따져봐야 할 것 같다.
건설업계는 정부가 현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면허 취소나 영업 정지 등 강력한 처벌 조치로만 압박했다며 사고 예방을 위한 건설안전의 근간을 올바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6월부터 9월 10일 현재까지 건설업계에서 7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는 정부가 100% 지분을 소유한 공공기관인 코레일에서도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7월 말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천공기 끼임 사고로 60대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난 후, 8월 초 광명 고속도로 현장에서 30대 미얀마 노동자가 감전으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는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건설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최고 수준의 제재 검토에 들어갔고, 이 회사의 모든 현장에 대한 감독에 착수했다.
DL건설은 지난달 경기 의정부 신곡동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50대 근로자가 아파트 외벽 안전망을 해체하던 중 6층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DL건설과 하청업체 등을 압수수색했으며, 사고 직후 DL건설은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진과 현장 소장 등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GS건설은 지난달 서울 성동구 용답동 GS건설 아파트 공사장 15층 외벽에서 거푸집을 설치하던 중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이달 시공 중인 경남 김해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50대 근로자가 굴착구간 주변 살수 작업중 굴착기 버킷에 부딪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롯데건설은 이 사고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했는지에 관해 수사를 받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달 들어 열흘도 안 돼 울산과 경기 시흥 공사 현장에서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울산 남구 대우건설 액화천연가스(LNG) 탱크 구축공사 현장에선 탱크 바닥을 청소하던 노동자가 온열질환 증상으로 사망했다.
경기 시흥 대우건설 주상복합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타워크레인을 이용해 철제 계단을 설치하던 하청노동자가 철제 계단 한쪽에 맞아 현장에서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이 사고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으로 보고, 대우건설의 안전의무 이행 여부를 조사 중이다.
공기업인 코레일에서도 현장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경북 청도 경부선 철로에서 작업 중이던 코레일과 하청 근로자 7명이 열차에 치여 이 가운데 2명이 숨졌다.
이 대통령이 “반복적인 산업 재해를 줄이려면 정말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밝힌 지 일주일 만에 사고가 발생해 야당에서는 사고 책임을 대통령에게 물어야 한다는 강한 질책이 나오기도 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누적기준) 산업재해 사망자는 287명이었으며 건설업이 138명으로 48%를 차지했다. 올해 2분기 산업재해 사망자는 작년 2분기 296명과 비교해 9명 줄었다. 그러나 사고 건수가 작년 2분기 266건에서 올해 2분기 278건으로 12건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산업재해 사망자 287명 중 외국인 노동자가 38명으로 전체의 13.2%를 차지했다.
건설업계는 정부의 건설안전 정책은 현장을 제대로 이해 못한 가운데 나온 ‘목표지향형 정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건설 현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다수라 의사소통이 매끄럽지 않아 안전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건설기능 인력이나 기술자들 가운데 고령자가 많아 건설안전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지 않아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도 촉박한 공사기간 속 주 52시간 근무 등 한정된 근로시간에 무리하게 공사를 감행하다 보니 건설 안전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건설 현장을 올바로 이해하고 건설 안전 확보의 근간이 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산재 발생시 처벌만 강조할 게 아니라, 기업이 안전 규정을 현장에서 제대로 지킬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적정 공사 기간과 비용도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상길 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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