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국제질서의 풍랑을 헤쳐 나가기 위해 나침반으로 삼은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시험대에 섰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외교에 있어 '실용'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진영논리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은 종전의 가치 중심 외교를 벗어나 철저하게 국민·국가의 이익을 기준으로 접근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지난달 23일 한일정상회담, 25일 한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진 3박 6일 간의 미국·일본 순방에서 실용외교의 성과가 도드라졌다는 평가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는 17년 만에 정상회담 결과 공동문서인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함으로써 한일관계 개선의 청신호를 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에서는 '피스 메이커', '페이스 메이커' 등의 띄우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주도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냈다.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나 미국과의 관세협상 세부사항 등 민감한 현안은 피했다. 반면 실용적 관점에서 미래협력에 방점을 둔 우호적 관계 설정에 집중했다.
일본 정상을 먼저 만남으로 한일관계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고, 이를 독력 삼아 관세·안보협상의 뇌관이 산적한 한미정상회담의 변수를 낮추겠다는 전략도 빛을 봤다.
다만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고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전승절을 통해 북중러 3국이 강한 연대를 과시하면서 전 세계에 반트럼프 동맹, 핵 동맹을 선보였다. 신냉전이 시작됐다는 평가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정상회담의 파트너였던 이시바 총리가 사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협상에서 우리 정부와 전혀 다른 구상을 밝히고 있어 최종적으로 협상이 마무리될지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대규모 구금사태도 한미간 경제협력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외교 성과가 한 순간에 모두 물거품이 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는 이제부터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권준영 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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