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 사태에 “큰 책임감 느껴”
김용범 실장 “자진입국 노력”
美이민수장 “구금자들, 추방”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단속으로 구금된 한국인 300명의 신병 처리 방식을 두고 한미 양국 간에 미묘한 갈등이 감지된다. 미국은 ‘추방’(deportation)을 기정사실화하는 어조인 반면, 한국 정부는 ‘자진출국’ 형식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처리 방식에 따라 재입국 제한 등 실질적 불이익이 갈릴 수 있어 논란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9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미국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구금 사태’와 관련해 “정부는 국민이 느낀 공분을 그대로 미국에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김 정책실장은 “정부는 한 명도 빠짐없이 추방이 아닌 자진 입국으로 모시고 올 수 있도록 막바지 행정절차를 마무리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외교적으로 가장 강한 톤으로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외교적인 용어가 아닌 ‘강력한 항의’를 했다”고 전했다.
반면 미국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자진출국’이 아닌 ‘추방’ 형식으로 표현했다. 놈 장관은 8일(현지시간) ‘파이브 아이즈’(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 정보 동맹) 국토안보 담당 장관 회의에 참석차 영국 런던을 방문한 자리에서 “구금된 한국인 대부분이 ‘출국 명령’(removal order)을 무시한 이유로 구금된 이후 추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수’(a few)는 다른 범죄 활동에 관련돼 있어 그에 따른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놈 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모든 기업이 미국에 올 때 게임의 규칙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되도록 하는 훌륭한 기회”라면서 “이번 일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억제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에 와서 우리 경제에 기여하고 사람들을 고용하고자 하는 모든 기업에 미국 시민을 고용하고, 미국 법을 따르며 올바른 방식으로 일하려 하는 사람들을 데려오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의 해석차는 향후 외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진출국’과 ‘추방’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자진출국은 본인이 귀국 의사를 표명했을 때, 추방 기록 없이 출국할 수 있는 절차다. ‘강제퇴거 명령’이 내려지지 않기 때문에 재입국 절차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이 적고, 추후 비자를 다시 받기가 쉬워진다. 조건만 채우면 사실상 재입국에 제한이 없다.
반면 추방은 불법체류나 범죄 연루 등으로 법원이 ‘강제퇴거 명령’을 내린 경우다. 당사자가 원하지 않아도 이민 당국이 신병을 확보해 본국으로 송환한다. 영구적인 추방기록이 생기며 최소 5년 이상 입국금지를 당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영구 입국 금지까지 당할 수 있다. 향후 비자 발급 심사에서도 ‘추방 전력자’로 분류돼 불리하게 작용한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이번 구금사태에 대해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최근 미국 이민 당국에 의해 구금됐던 우리 국민들이 조만간 귀국할 예정”이라며 “갑작스러운 일에 많이 놀라셨을 텐데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관계부처는 모든 분이 안전하게 돌아올 때까지 상황을 세심하게 관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한미 양국의 동반 발전을 위한 우리 국민과 기업 활동에 부당한 침해가 가해지는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길 바란다”며 “우리 정부는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합리적 제도 개선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조현 외교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날 예정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조 장관이 루비오 장관을 비롯해 이번 사태와 관련이 있는 인사들과 면담을 가질 예정”이라며 “출입국 관련 연방정부 인사들과의 만남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루비오 장관과의 만남 시간 등 세부 일정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1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조지아주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행 B747-8i 전세기를 투입할 예정이다.
안소현 기자 ashrigh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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