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자녀 특채는 불공정의 대명사”라며 노조의 소위 ‘고용 세습’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최근 노동계를 만나 “제가 편이 어디 있겠느냐”며 경제 살리기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한 데 이어 소위 ‘귀족노조’로 불리는 대기업 노조의 불공정 관행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극히 일부의 사례라고 믿지만, 최근 노동조합원의 자녀에게 우선채용권을 부여하려고 한 것을 두고 논란이 됐다는 보도를 봤다”며 “불공정의 대명사 아닌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힘이 있다고 해서 현직 노조원의 자녀를 특채하는 규정을 만든다면 다른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우려면 공정한 경쟁이 전제돼야 한다”며 “특히 취업시장은 어느 분야보다도 투명한 경쟁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해당 보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았다. 업계에서는 최근 한 자동차 회사 노조가 퇴직 희망자 자녀에 대한 우선채용권을 달라고 했다는 보도를 언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의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노조가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통과 이후 파업을 일삼는 등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경제 살리기’와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강성 노조의 행태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최근 양대 노총을 만나 “경제 살리기에 힘써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노조의 ‘고용 세습’ 논란은 과거부터 종종 공론화 됐다. 대표적으로 기아는 단체협약(이하 단협)에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 퇴직자·장기 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규정(27조 1항)이 있었지만, 2023년 임단협에서 ‘퇴직자·장기속자 자녀 우선 채용’ 조항을 삭제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이 조항이 기아 직원 자녀에게 먼저 입사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시정명령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노조가 사측의 삭제 요청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노사 갈등이 불거졌다.

고용노동부가 100인 이상 사업장의 단협(1057개)을 조사해 2022년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63개 사업장에서 위법한 우선 특별채용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2022년 임단협 결과에 따라 현대차는 10년 만에 기술직 채용에 나섰지만, 이 과정에서 청탁과 관련한 소문이 돈 적이 있다.

당시 현대차 노조는 직접 보도자료를 내고 “청탁, 압력, 강요, 금품, 향응적 비리는 절대 있을 수 없다. 비리 연루자에 대해서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법적 책임과 일벌백계 할 것”이라며 해명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노조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에는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과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나 “최근 제가 산재, 임금체불 문제 등을 얘기하니 나를 향해 노동 편향적이라고 주장하는 곳도 있더라”라며 “이 문제들은 목숨과 삶에 대한 문제이지 친기업, 친노동으로 바라볼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요새는 기업인들 접촉은 많이 하면서 노동자 조직은 한 번도 안보지 않았나”라며 “노동자들이 보면 제가 기업 편을 든다고 하겠지만, 제가 편이 어디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또 대통령 직속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양대 노총이 적극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경제 살리기에 노조가 힘을 실어 달라는 의미인 셈이다.

이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경제 살리기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일명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조가 더욱 강성 행보를 보인 데 따른 경고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최근 자동차·철강·조선업종 등에서 노조가 강성 행보를 보이면서 제조업은 말 그대로 비상이 걸린 상태다. 현대차의 경우 노조가 7년 만에 파업에 나섰고, H현대의 조선 3사(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도 공동 파업을 강행했다.

현대제철의 경우 비정규직노조(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가 원청업체인 현대제철과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러한 노조의 행보는 저성장 극복은 물론 한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회심의 카드인 ‘마스가’ 프로젝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시에 노란봉투법과 함께 상법 개정으로 기업들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 대통령이 직접 기업 달래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장우진 기자(jwj17@dt.co.kr),
안소현 기자(ashrigh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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