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공개한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이민 단속 현장 모습. EPA 연합뉴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공개한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이민 단속 현장 모습. EPA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대규모 한국인 구금 사태가 국민적 공분(公憤)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에 엄청나게 투자하고 있는데, 뺨을 맞은 격이라 대미 정서가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이다. 정부 역시 이번 사태를 국민의 안전과 존엄이 직접적으로 침해당한 중대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9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일하러 가신 분들이 쇠사슬에 묶여 구금당한 사태가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정부는 국민이 느낀 공분을 그대로 미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외교적으로 가장 강한 톤으로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민 안전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부당한 침해가 가해지는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태 경위와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국민이 분노하고 정부가 그 목소리를 미국에 직접 전달한 것은 정당한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주권 국가로서 자국민을 지키기 위한 항의와 문제 제기는 당연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깊은 분노와 상실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재발 방지책을 내놓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감정의 분출이 자칫 한미동맹의 틀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동맹은 일시적 분노의 표출에 의해 흔들려서는 안 되는 전략적 자산이다. 특히 동북아 안보 지형이 급격히 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무게감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때일수록 합리적 사고가 필요하다.

야권은 “최악의 외교 참사”, “이 대통령에게 보낸 트럼프의 경고”라면서 정부에 연일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민 분노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행위일 뿐, 국익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 불안을 가중시킬 뿐, 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적 제안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에 분명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하되, 동시에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협력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동맹은 흔들려서는 안 될 우리의 안보·경제 생명줄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노의 정치를 넘어선 냉철한 외교와 성숙한 동맹 관리다. 국민의 분노를 외면하지 않되, 그것을 국익의 틀 속에서 승화시키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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