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 세종본부 과학바이오팀 부장

지난달 22일 내년도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안을 심의·의결하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에서 예상치 못한 대통령의 뜻밖의 발언으로 국내 지식재산업계가 때아닌 기대감에 휩싸였다. 간담회 도중 ‘민간위원이 특허를 몇 개 냈느냐’식의 정량적 성과로 정부 연구과제를 평가하는 문제점을 지적하자 대통령은 “특허청을 지식재산처로 승격시키겠다”고 언급하면서부터다.

지식재산업계는 예상치 못한 대통령의 ‘특허청, 지식재산처 승격’에 환영의 목소리를 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통령 발언이 현실화됐다. 지난 7일 당정은 정부조직 개편안 발표를 통해 특허청의 지식재산처 승격을 공식적으로 알린 것이다. 대선 공약에도 없었던 것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한 방에 해결해 준 셈이다. 사실 특허청의 지식재산처 승격은 정부 조직개편 때마다 단골 핵심 의제로 제기돼 온 지식재산 업계의 숙원이나 다름 없었다.

앞서 국정기획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지식재산처 승격이 포함됐다고 알려졌을 때만 해도 과연 이게 현실화될 지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다. 지금부터는 지식재산처 승격에 대비해 세부적인 밑그림을 어떻게 그려야 할 지에 더 관심을 갖고 깊은 논의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식재산처의 명확한 역할 설정과 실효성 있는 정책 수단 확보가 될 것 같다.

우선 특허청의 기존 업무와 역할을 그대로 하는 것에 그친다면 ‘간판 바꿔달기’ 밖에 안 된다. 이를 위해선 특허청이 담당하는 산업재산권(특허·실용신안·상표·디자인), 영업비밀 외에 저작권, 식물신품종권, 지리적 표시, 기술보호·탈취 등 다른 부처로 분산된 지재권 업무를 지식재산처가 통합 관할토록 해야 한다.

특히 저작권 분야는 특허청과 문체부 간 교통정리가 시급하다. 저작권과 특허권으로부터 이중 보호를 받는 소프트웨어와 컴퓨터 프로그램 분야에 대한 업무 조정도 명확히 해야 한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해 AI 창작물 권리 부여 등과 같은 기존 법 체계로 해결하기 어려운 신(新)지재권 업무를 지식재산처가 주도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 행정체계상 국가 지식재산 거버넌스도 지식재산처 승격에 맞춰 재정립해야 한다. 현재의 국가 지식재산 거버넌스는 다소 기이한 구조다. 국가 지식재산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는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대통령 소속으로 과기정통부 장관이 간사를 맡고 있으며, 지재위 사무국 역할을 하는 지식재산전략기획단은 과기정통부 소관이다.

현재 지식재산 전담 부처로 산업재산권 업무를 담당하는 특허청은 산업부 외청 소관으로 각기 다른 부처로 쪼개져 있다. 이마저도 지식재산전략기획단은 다른 부처에서 파견받은 인력으로 구성돼 있고, 단장직도 최근을 제외하고 퇴직을 앞둔 과기정통부 고위공무원 자리로 여겨져 전문성과 조정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현재의 거버넌스 체제에서는 부처 칸막이에 막혀 긴밀한 소통과 협업체계를 구축하지 못해 일관성 정책 추진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재위는 실질적인 정책 수단과 권한이 없어 무늬만 국가 지식재산 정책 컨트롤타워라는 지적을 받는다.

지재위가 부처 장벽을 넘어서 지식재산 주요 정책에 대한 총괄, 심의 및 조정 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신설되는 지식재산처 중심으로 행정체계를 통합하고, 위상과 권한도 대폭 높여야 한다. 지식재산전략기획단도 국무총리실로 이관해 지재위를 도와 정책적 연속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더 나아가 대통령과 근거리에서 대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지식재산비서관을 대통령실에 신설해 지식재산 정책을 보좌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 하다.

갈수록 기술 안보와 기술 주권이 위협받는 시대에서 지식재산은 국부창출과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국가 전략자산이자, 새 정부의 기술주도 성장 실현의 든든한 무형자산으로 역할을 할 것이다. 지식재산처 승격은 단순한 정부조직 개편을 넘어 우리나라가 진정한 지식재산 강국으로 퀀텀점프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준기 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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