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총파업 돌입…임금 5% 인상·주 4.5일제 요구

김형선(왼쪽)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8일 서울 중구 금융산업노조상황실에서 열린 9.26 총파업 기자간담회에서 주 4.5일제 도입 등을 주장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유진아 기자]
김형선(왼쪽)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8일 서울 중구 금융산업노조상황실에서 열린 9.26 총파업 기자간담회에서 주 4.5일제 도입 등을 주장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유진아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오는 26일 총파업에 들어간다. 노조는 저출생과 돌봄 부담, 지방 소멸 등 사회적 위기를 해결하려면 주 4.5일제와 정년 연장, 임금 인상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02년 주 5일제를 금융권이 먼저 도입해 전국으로 확산시킨 전례를 들어 이번에도 금융산업이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억대 연봉을 받는 은행원들이 또다시 근로시간 단축을 내세워 파업을 예고한 데 대해 금융소비자 불편을 외면한 ‘배부른 투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노조는 8일 서울 중구 투쟁상황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총파업 쟁점과 요구안을 공개했다. 요구안에는 △물가와 성장률을 반영한 임금 5% 인상 △주 4.5일제 전면 도입 △신규 채용 확대 △정년 연장 등이 포함됐다. 이번 쟁의행위 찬반투표에는 조합원 8만9832명 중 6만5296명이 참여해 94.98%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금요일 오후를 놀겠다는 게 아니라 장시간 노동과 저출생, 지방 소멸 문제를 풀어낼 제도적 해법이 주 4.5일제”라며 “2002년 주 5일제도 금융산업이 먼저 합의해 전국으로 확산된 만큼, 이번에도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번 파업의 핵심 쟁점으로 주 4.5일제 전환을 내세웠다. 금융산업의 여성 비중이 60%를 넘는 데다 장시간 근무와 감정노동으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10년간 7개 시중은행 직원 자녀 수가 64% 줄어드는 등 저출생 문제도 금융권에서 더 두드러진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보스턴대 실험에서 주 4.5일제를 도입한 노동자의 70%가 번아웃 증상이 완화됐고, 정신건강 지표도 개선됐다”며 “집단적인 노동시간 단축이야말로 대한민국 사회의 활력을 회복시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희 금융노조 여성위원장 또한 “맞벌이 여성은 하루 평균 7시간 넘게 돌봄을 떠안는다”며 “노동시간 단축 없이는 여성의 경력 단절도, 저출생 문제도 풀 수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영업점 공백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김형선 위원장은 “주 4.5일제를 도입하더라도 금융소비자의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월~목 영업시간 연장, 온라인·모바일 서비스 강화 등을 병행할 수 있다”며 “금융소비자의 접근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노동시간 단축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비대면 거래 비중이 90%에 육박하고, 금요일 오후 영업점 방문 수요는 미미하다”며 “주 4.5일제는 오히려 디지털 금융을 활성화하고 금융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노조는 오는 16일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24일 총파업 단행 기자회견을 거쳐 26일 세종대로에서 본격적인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비판 여론은 거세다. 올해 상반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직원 평균 급여가 6350만원에 달했고, 지난해 연봉은 1억1000만원을 웃돌았다. 이에 삼성전자·현대차 등 국내 제조업 대표 기업보다 높은 보수를 받는 은행원들이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는 모습은 ‘금융소비자 불편을 외면한 배부른 투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금융노조가 파업 카드를 꺼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영업 시작 시간을 30분 늦추고 주 4.5일제를 도입하겠다며 총파업을 예고했으나, 노사가 일부 근무 조건에 합의하면서 파업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2022년에도 임금 인상과 주 4.5일제 시범 실시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였지만, 5대 시중은행의 참여율은 전체 직원의 0.8%에 그쳐 ‘반쪽짜리 연대’에 머물렀다.

이번 파업을 두고도 은행 내부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월~목 영업시간을 늘린다 해도 금요일 공백은 결국 고객이 감당할 문제”라며 “이미 고액 연봉 논란에 휘말려 있는 은행권이 노동시간 단축에 앞장서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주 4.5일제 취지 자체는 공감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쉽게 적용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비대면 거래가 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창구를 직접 찾는 수요가 여전히 많은 만큼 고객 불편을 완전히 해소하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유진아 기자(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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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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