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SKT)이 대규모 해킹으로 고객 정보가 유출된 책임을 지고 소비자 보상에 5000억원 등 1조원 넘는 재원을 마련해 보상과 정보보호 투자에 나선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단일 기업이 감당한 보상 규모로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또한 회사 측은 일정 기간 위약금 면제를 시행해 피해자 구제 조치도 취했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위원회가 위약금 면제 기한을 당초 7월 14일에서 올해 말까지 연장할 것을 권고한 것은 지나친 처사였다. 연장이 현실화되면 SKT는 추가 손실로 인해 보안 강화나 네트워크 개선에 투입해야 할 자원을 잃게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를 감안하면 방통위 권고는 균형을 잃은 과잉 대응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위약금 면제는 장기 가입자들의 불이익을 줄이고, 피해자가 다른 통신사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보장된 장치다. 일정 기간 적용될 때는 피해자 구제라는 명분이 충분히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나 기간을 계속 늘린다면 사실상 기업에 무기한 제재를 가하는 셈이 된다.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다. SK텔레콤은 이미 보상과 제재를 감당했는데, 추가 연장은 과도한 징벌로 비칠 수밖에 없다. 이는 기업에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얹는 것이다. 결국 SKT는 방통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SKT 관계자는 “회사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과 유사 소송 및 집단 분쟁 등에 미칠 파급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물론 기업 과실에 대한 제재는 단호해야 한다. 그러나 과도한 처벌은 독(毒)이다. 방통위가 할 일은 합리적 규제와 실질적 재발 방지이지, 기업을 끝없이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다. 이미 내려진 조치로도 기업 책임을 묻는 데 충분하건만, 또다시 위약금 면제를 연장하는 것은 합리적 균형을 넘어선다. 명분은 있을지 몰라도 실익은 의문이다. 소비자와 산업 모두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제재가 기업 책임을 넘어 경영을 위협하고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단계에 이르면,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방통위가 냉정하게 판단하기를 촉구한다. 이미 내려진 제재만으로도 충분하다. 추가 연장은 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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