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금융소비자 보호’와 ‘건전성 관리’를 핵심 메시지로 내세웠다. 금융소비자들이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내부통제 강화도 주문했다.
이 원장은 4일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저축은행 CEO들을 만나 업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과 건의사항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저축은행의 주 고객층이 서민과 중소기업이라는 점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의 중요성을 더 강조했다. 이 원장은 지난달 14일 취임 후 줄곧 금융소비자 보호를 핵심 메시지로 내세우고 있다. 금융상품 설계, 판매, 사후 관리 등 모든 단계에서 금융소비자의 관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법상 허용된 채무조정요청권, 금리인하요구권 등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내부통제 강화도 요청했다. 저축은행 고객 중 상당수는 금융 취약계층으로 이들은 보이스피싱, 불법 계좌 개설, 불법사금융 등 금융 범죄에 더 쉽게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 원장은 “1금융권 내부통제가 강화될수록 저축은행을 포함한 2금융권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 범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금감원은 비대면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기술적 보완과 보안 서비스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자칫 비용으로 여겨 소홀히 한다면 예견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를 방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축은행업권의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증가도 지적했다. 저축은행업계는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부실 PF 문제가 꾸준히 지적됐다. 최근 중앙회를 중심으로 부실채권 정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약 1조4000억원 수준의 부실채권을 정리했고 하반기에도 공동펀도 조성을 통해 건전성 관리 기조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 결과 상반기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7.53%로 전년 말(8.52%) 대비 0.99%포인트(p) 하락했다. 금융당국이 올 연말까지 연체율을 5~6% 수준으로 낮추라고 한 만큼 건전성 관리에 더 힘쓸 방침이다.
이 원장은 “과거에도 PF 부실화로 많은 저축은행이 문을 닫은 일이 있었는데 또다시 PF 부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면서 “PF 부실도 따지고 보면 금융소비자에 대한 고려보다 단기 수익성에 치중한 결과”라고 짚었다.
이어 “앞으로 부동산 경기에 편승한 고위험 여신 운용을 지양하고 지역 내 서민, 중·저신용자, 소상공인에 대한 자금 공급 역할에 집중해 주길 바란다”면서 “업계의 숙원 사항인 영업규제 완화 논의도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고 나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저축은행 본연의 역할인 지역 서민금융기관의 역할도 당부했다. 이 원장은 저축은행이 본래 영세상인과 서민 가계의 금융 부담을 완화해 주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짚었다. 그는 “긴 안목에서 신용평가 역량 및 인프라를 개선하고 비대면 기반 확대, 지역 내 협업 등을 통해 영업 기반을 강화하는 전략을 고민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저축은행 CEO들은 “대표 서민금융기관으로서 포용적 금융을 확대하고 서민들의 금융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성장성이 있는 중소기업·자영업자 선별 및 자금 지원을 통해 지역 내 생산적 금융 활성화에 기여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도 적극적인 부실 PF 정리 등을 통해 건전성 개선 추세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비대면 거래 확대 등에 따른 영업 경쟁 격화, 신(新) 성장동력 약화 등 저축은행 업권의 경영 여건상 애로를 언급했다. 대표적으로 지역 내 의무여신비율 완화 등 숙원사업을 건의한 것으로 살려졌다. 저축은행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과 제도적 환경 조성도 요청했다.
최정서 기자(emotion@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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