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확장재정 공식화
“잠재성장률 반등 첫 정부될 것”
2차 소비쿠폰·직장인 한끼 준비
기업 “생산성 증대 연결 안돼”
지원책 제시없고 규제만 늘어
재계, 기업 옥죄는 법안 개선 필요
“소비는 반짝 끌어올릴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2차 소비쿠폰이나 직장인 점심값 지원이 기업 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 일회성에 불과하다.” (대기업 임원 A씨)
“확장 재정으로 잠재성장률 높이겠다는 방향은 좋다. 정작 경제성장을 촉진할 규제완화 같은 마중물이 없다. 인공지능(AI)으로 성장동력 육성을 위한 경제정책도 아직 핵심이 나오지 않아 어떻게 발을 맞춰야 할지 길을 못잡고 있다.”(대기업 고위임원 B씨)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경제 성장을 위한 큰 그림을 제시했다. 목표는 악몽같은 잠재성장률 추락 행진을 막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돈을 풀어 일단 소비를 살리고, 생산적 금융도 활성화해 성장을 위한 마중물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사실상 확장 재정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현 정부가) 잠재성장률 하락 흐름을 반전시키는 첫 정부가 돼야 한다”며, 적극 재정과 생산적 금융을 양대 마중물로 삼아 신기술 혁신 지원, 규제 개혁, 산업 재편, 인재 양성 등을 포괄하는 범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을 주문했다.
재정 투입의 효과가 현장에서 입증됐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7월 산업생산·소비설비·투자가 나란히 증가세로 전환됐다고 한다”며 “현장 민생과 직결된 소매 판매의 경우에는 소비쿠폰 지급에 힘입어 2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에 오는 22일부터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또 최근 발표한 2026년 예산안에 79억원 규모의 ‘직장인 든든한 한끼’ 시범사업을 신규 편성하고 앞으로 3년간(2026~2028년)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러한 정책은 결국 생산성 증대로 연결되지 않은 일회성 세금 쏟아붓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마중물은 펌프를 작동할 때 초기 압력을 제공해 물을 끌어올리는 데 필수적인 소량의 물이다. 펌프 내부의 공기를 제거하고 외부 물을 유입시키는 역할을 하며, 펌프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경제에 빗대면 재정이 마중물이고, 기업의 투자·생산 확대는 외부에서 유입되는 물, 즉 본류(本流)다. 하지만 본류가 콸콸 솟구치도록 하는 물길(지원책)은 제대로 열리지 않고 있다. 경제 활성화의 주체인 기업에 대한 지원책이 제대로 제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현정부가 도입한 각종 규제 법안으로 물길만 더 좁아지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2차 상법 개정안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을 의결했다. 이 대통령은 “두 법의 목적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노사 상생을 촉진해서 전체 국민 경제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데 있다”며 노사 상생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재계에서는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출을 받아 집을 사면, 돈을 벌어 그 빚을 갚아야 하는 것이 기본 원리”라며 “돈을 버는 주체인 기업들을 옥죄면 생산-소비-투자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겠느냐”고 토로했다.
최근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자동차·조선·철강 등 국내 주요 대기업 노조는 릴레이 파업에 본격 나서며 제조현장의 생산 차질이 현실화되고 있다. 한 예로 HD현대중공업은 이날 부분파업에 들어가 오는 5일까지 파업을 예고했는데, 한미 경제협력의 핵심 카드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인공지능(AI) 3강’을 목표로 제시한 100조원 규모의 민간펀드 조성도 기업이 주체가 될 사안이지만, 기업들은 아직 구체적인 아젠다도 설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미국 투자에 이어 AI에 대한 투자까지 고민해야 하는 실정이다.
상법의 경우 1차(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2차(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집중투표제 의무화) 개정에 이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 등을 담은 3차 개정까지 예고돼 있다. 자사주의 경우 필요시 우호세력 확보 등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이마저 원천 차단하겠다는 얘기다.
재계에서는 경영권 방어 장치가 무한 해체되면서 기업들은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국내에는 차등의결권,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등의 경영권 방어책이 도입되지 못한 상황인 만큼 재계에서는 제한적인 정책이라도 반영해 달라는 요청이다.
당장 급한 요구안은 배임죄 폐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이날 발표한 ‘기업 혁신 및 투자 촉진을 위한 배임죄 제도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최근 10년간 배임죄로 기소된 인원이 연평균 31명에 불과한 반면, 한국은 965명으로 약 31배에 달했다.
상법상 특별배임죄는 특별법 우선 적용 원칙에 따라 형법보다 우선 적용돼야 하지만, 실무에서는 처벌 가중을 위해 형법을 주로 적용하고 있어 사실상 사문화됐다. 문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배임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이는 살인죄(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준하는 수준으로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배임죄는 기업가 정신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오랫동안 지적받아 왔음에도 개선이 되지 못했던 문제”라며 “반드시 배임죄를 개선해 어려운 글로벌 환경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우진·안소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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