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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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기지 부지의 소유권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순한 돌발 발언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안보 거점조차 부동산 자산처럼 거래 대상으로 다뤄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기지 부지 소유권을 넘겨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하고 싶은 일 중의 하나는 우리가 가진 큰 군사기지 부지의 소유권을 한국으로부터 넘겨받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 요새를 짓는데 막대한 돈을 썼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대가 아니라 땅의 소유권을 얻을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면서 ‘주는 것’과 ‘빌려주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주한미군 기지 땅을 달라는 것이다.

일단 이번 발언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을 염두에 둔 ‘협상용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극단적인 요구를 먼저 제기한 뒤 협상 과정에서 이를 양보하는 대신,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리거나 대미 추가 투자를 얻어내려는 계산일 수 있다.

혹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연관된 장기적 구상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을 중국을 견제하는 ‘역내 전략군’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이를 감안하면, 주한미군 기지를 단순한 임차지가 아닌 ‘영구적 자산’으로 확보해 향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군의 작전 지속성과 유연성을 보장하겠다는 의도로도 읽힌다.

반면 이번 발언의 속내에는 트럼프 특유의 ‘부동산 개발 본능’이 자리한다는 시각이 있다. 트럼프는 평생을 부동산 사업으로 살아왔다. 그런 만큼 주한미군 기지 부지 역시 안보 자산이 아니라 ‘확보해야 할 부동산’으로 비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의 눈에는 임대와 소유의 차이는 통제력과 이익의 차이로 보였을 것이다.

실제로 백악관 집무실을 마치 맨해튼의 트럼프타워 분양 사무실쯤으로 착각하는 듯한 그의 언행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재집권 이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덴마크령 그린란드, 캐나다, 파나마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드러내 왔다. 이는 빈말이 아닌 듯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에서 승리하자 그린란드를 매입해 미국 영토로 삼겠다고 밝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연히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포기하지 않고 집착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 인사들을 통해 그린란드에서 비밀리에 ‘영향력 공작’을 펼치고 있다는 덴마크 언론 보도가 나온 것을 보면 그의 야욕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월에는 “가자지구를 소유해 휴양지로 만들겠다”면서 미국 주도의 가자지구 개발 구상을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이를 밀어붙일 태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백악관에서 가자지구의 전후 구상을 논의하는 회의를 열었다. 이는 가자지구를 중동의 ‘리비에라’(이탈리아의 휴양지)로 탈바꿈시키자고 제안한 이후 나온 후속 움직임이다. 영국 더타임스는 이날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전 중동 담당 수석 고문이었던 재러드 쿠슈너, 전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특사 스티브 위트코프가 참여해 가자지구를 휴양지와 무역 허브로 바꿀 계획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세 사람은 모두 각기 다른 위치에서 가자지구를 휴양지화하려는 트럼프식 재건 구상에 힘을 보태고 있는 핵심 인사들이다.

이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파나마운하 소유권이나 통제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했고,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고 싶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했다. 이번엔 한국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눈에는 전 세계가 하나의 ‘거대한 부동산 시장’으로 보이는 듯 하다. 동맹의 땅은 물론이고, 군사기지나 분쟁지역마저 사고팔 수 있는 자산으로 간주하는 그의 발상은 국제질서 토대를 근본부터 흔드는 위험한 접근이다. 그렇기에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트럼프의 ‘부동산 장부’에 매물로 적히지 않도록 원칙과 주권의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한다. 방패를 굳건히 세우지 못하면 결국 팔리는 것은 땅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존엄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py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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