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안인 내년 예산안을 보면 정부가 국민 혈세를 ‘공돈’쯤으로 여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해동안 나랏빚을 무려 113조원 넘게 늘리면서 심지어는 직장인 점심 값 지원 항목까지 추가했다. 세금으로 직장인 밥값도 내주겠다는 것이다. 나라의 경제정책과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어떻게 이런 포퓰리즘의 극한으로 여겨지는 생각까지 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기재부는 지난 29일 올해보다 54조 7000억원(8.1%) 늘어난 728조원(본예산 기준) 규모의 ‘2026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재정중독’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문재인 정부의 2022년 기록(49조7000억원 증가)을 깨는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건전 재정에 중점을 둔 윤석열 정부의 2~3%대 ‘긴축재정’에 마침표를 찍고 전면적인 ‘확장재정’으로 돌아선 것이다. 정부가 확장재정의 명분으로 내걸은 재정의 경제 성장 마중물 역할과 인공지능(AI) 분야 투자 확대는 수긍할 만 하다. 문제는 내년 예산안을 자세히 뜯어보면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겨냥한 각종 선심성 사업이 상당히 많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직장인의 점심값을 보조하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사업도 그가운데 하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부터 ‘직장인 든든한 한끼’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79억원을 들여 인구 감소 지역 소재 중소기업 근로자 5만4000명에게 월 4만원 상당의 식비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내년 예산안에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사업도 포함돼 있다. 1703억원을 들여 인구감소 지역 6개 군을 공모해 주민 24만명에게 월 15만원씩 지급할 계획이다. 7세 이하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되는 아동수당은 8세 아동으로 확대된다. 지자체들이 자율적으로 편성하는 포괄보조금도 10조 6000억원으로 3배 정도 늘어난다. 생계급여는 4인가족 기준 월 207만8000원으로 200만원을 넘어서고, 기초연금 월 지급액도 늘어난다. 지방 거점국립대학에는 올해보다 두배 이상 증가한 총 8733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이처럼 지방과 복지 분야 등이 대폭 증액되면서 국가채무는 올해 1, 2차 추경을 포함 1301조 9000억원에서 내년 1415조 2000억원으로 한해동안 무려 113조 3000억원이 불어난다. 늘어나는 씀씀이에 세수가 모자라 110조원의 국채를 발행해 메워야 한다. 이재명 정부 4년동안 늘어나는 국가채무는 문재인 정부 5년동안의 400조원을 넘어 487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말 49.1%에서 내년 51.6%로 사상 처음 50%대를 돌파하며 2027년 53.8%, 2028년 56.2%, 2029년 58.0%에 달한다. 무려 8.9%포인트가 뛰는 것이다. 가히 빛의 속도다. 이렇게 늘어난 빚은 미래세대가 갚아야 한다. 게다가 급증한 국가채무는 국가신용등급에도 악영항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국민 혈세는 정부와 정치권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공돈이 결코 아니다. 선거를 염두에 둔 팽창예산과 그 후유증의 책임은 여당뿐 아니라 이를 편성한 기재부가 분명히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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