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공사-국민대와 산학협력 프로젝트

화폐 속 인물 현대적으로 재해석

실물 화폐속 위인들 [조폐공사 제공]
실물 화폐속 위인들 [조폐공사 제공]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브랜드와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마음을 얻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 특히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공공기관일수록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자칫 딱딱하고 권위적으로 비칠 수 있는 공공기관이 젊은 세대인 MZ세대와 진정성 있는 소통을 이어가며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한국조폐공사 또한 이 같은 시대적 요구에서 자유롭지 않다. 전통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대표적 공공기관인 조폐공사는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새로운 고객층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고민의 답을 조폐공사는 ‘세계관 마케팅’에서 찾았다. 세계관 마케팅은 단순한 캐릭터 홍보를 넘어, 제품이나 브랜드에 독자적인 서사와 스토리를 부여해 소비자가 그 세계에 몰입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조폐공사는 화폐라는 익숙한 매개체에서 영감을 얻어, 만원권의 세종대왕, 백원 동전의 이순신 장군, 오만원권의 신사임당, 천원권의 율곡 이이를 오늘날 MZ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민대 미디어·광고학부와 손을 잡고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젊은 세대의 참신한 시각을 직접 반영해 진정성 있는 소통을 이루고자 하는 조폐공사의 의지가 담긴 프로젝트다.

학생들은 화폐 속 인물들을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캐릭터를 제시했다. 만원권의 세종대왕은 ‘지혜로운 리더’의 컨셉트를 가진 ‘훈민’으로, 백원 동전의 이순신 장군은 ‘불세출의 영웅’ 컨셉트의 ‘순식’으로 재탄생했다. 오만원권의 신사임당은 ‘창의적 예술가’ 컨셉트의 ‘다임’으로, 천원권의 율곡 이이는 ‘실용적 사상가’의 ‘택이’로 새롭게 태어났다. 각 캐릭터는 창조적 사고, 불굴의 정신, 예술적 감성, 현실적 해결책 제시 등 원형 인물의 특징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스토리를 갖게 됐다. 이러한 캐릭터들을 매개로 ‘화폐나라’라는 가상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계획이다.

세계관 마케팅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장기적인 브랜드 전략이다. 조폐공사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실행 방안을 마련했다. 첫 번째 단계는 캐릭터 개발과 세계관 설정이다. 단순히 캐릭터를 만드는 것을 넘어, 각 캐릭터의 상세한 프로필과 스토리라인, 그리고 서로 간의 관계성을 치밀하게 구성해 몰입도를 높일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콘텐츠 제작과 채널 구축이다. MZ세대가 주로 활동하는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에 공식 계정을 개설하고, 캐릭터별 전용 콘텐츠 시리즈를 제작할 예정이다. 웹툰, 애니메이션, 짧은 영상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해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할 것이다. 더 나아가 퀴즈나 이벤트 같은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개발해 사용자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세 번째 단계는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이다. 온라인 채널을 넘어 굿즈 개발, 오프라인 캠페인, 협력업체와의 콜라보레이션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소비자들이 일상 속에서 캐릭터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러한 활동들은 딱딱했던 공공기관 이미지를 친근하고 재미있는 브랜드로 전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MZ세대 공략 PR전략 발표회 [조폐공사 제공]
MZ세대 공략 PR전략 발표회 [조폐공사 제공]

이번 프로젝트는 조폐공사의 새로운 도전이자, 신사업과의 연계 가능성을 모색하는 중요한 기회다. 조폐공사는 이 세계관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웹툰이나 애니메이션, 게임 등 디지털 콘텐츠를 개발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고,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를 제작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화폐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금융 및 역사 교육 자료로 활용함으로써 교육적 가치를 높일 것이다.

이 모든 노력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한 홍보를 넘어, 조폐공사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MZ세대에게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다. 조폐공사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인스타그램 팔로워와 틱톡 팔로워 기대 목표치를 달성하고, MZ세대 대상 브랜드 인지도를 30%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와 같은 정량적 성과와 함께, 딱딱한 공공기관에서 친근한 브랜드로 인식 전환이라는 정성적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를 쌓아 나갈 것이다.

이번 국민대와의 협업은 공공기관과 대학 간 성공적인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 조폐공사는 이 모델을 바탕으로 신규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이어갈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이 세계관을 타 제품군으로 확대하고, 차세대 콘텐츠 개발을 통해 K컬처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해외 시장까지 진출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화폐 속 인물들이 캐릭터로 살아나고, 그들의 이야기가 콘텐츠로 펼쳐지는 ‘세계관 마케팅’은 조폐공사가 MZ세대에게 던지는 진심 어린 질문이자, 미래를 향한 담대한 도전이다. 이 작은 발걸음이 화폐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한다.

우진구 한국조폐공사 화폐박물관장
우진구 한국조폐공사 화폐박물관장
세종=강승구 기자(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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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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