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같은 시장에 상장된 종목이다. 차이는 단 한 시간. 그런데 주가 흐름은 정반대로 나타난다. 한 시간 내내 오르던 종목인데, 이후 6시간 반 동안은 꾸준히 내린다.
프리마켓과 정규장 이야기다. 지난 3월 도입된 프리마켓은 정규장이 개장하는 9시 이전에 한 시간동안 열린다. 새벽 동안 있었던 사건에 가장 먼저 대응할 수 있는 시장인 만큼, 주요 사건이 있을 때마다 거래대금이 커진다.
관세협상이 있었던 지난달 31일에는 2조3265억원이 거래됐다. 전날 1조원 수준에서 2배 이상 커졌다. 사실 프리마켓 출시 이후 글로벌 매크로 이벤트가 끊임없이 진행되면서 매일 1조원 이상의 거래가 1시간 만에 이뤄지고 있다.
개장 시간이 6배 이상 차이나지만 정규장과의 거래대금은 3~5배 수준이다. 그만큼 프리마켓에 대한 관심도가 더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런데 프리마켓과 정규장의 주가 흐름이 비슷하게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가장 먼저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은 제일 예민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같은 사건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오늘 엔비디아 실적만 봐도 그렇다. 새벽 엔비디아가 발표한 실적은 분명 호실적이다. 매출과 가이던스는 시장 예상치를 모두 웃돌았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또 한번 긍정적인 미래를 제시했다. 하지만 뉴욕증시 애프터마켓부터 주가가 내렸다. 엔비디아의 호실적이 사람들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외에서 3% 이상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우리나라 종목 중 엔비디아와 가장 연관성 높은 SK하이닉스 주가에 관심이 모였다. SK하이닉스 주가는 프리마켓에서 소폭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정규장이 열린 뒤 낙폭이 더 커졌다. 2% 넘게 빠지며 장을 시작했다. 하지만 빠르게 낙폭을 줄인 뒤 결국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주가 흐름도 비슷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선박을 사겠다고 직접적으로 말하자 프리마켓에서 조선주가 급등했다. 하지만 그날 조선주 강세는 프리마켓에서 멈췄다. 정규장이 열리자 조선주는 급락했다.
개미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시장 흐름에 대해 전문가에게 전화해 물었다. 어차피 같은 시장이라면 프리마켓이 정규장의 예고편이 되는게 맞지 않냐고. 왜 주요 사건이 있을 때마다 프리마켓과 정규장의 흐름이 반대로 가는지 물었다. 전문가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프리마켓은 개미만 참여하니까요"라고 진단했다.
이 말은 결국 개미의 투자 방향과 기관, 외국인 투자자의 방향이 다르다는 의미다. 그래서 급하게 데이터를 찾아봤다. 정상회담이 있었던 그날 정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1위는 조선주였다. 반대로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 5위 안에 조선주가 들어 있었다.
이날 SK하이닉스도 같은 흐름이다. 프리마켓에서 개인 투자자는 엔비디아가 내렸으니 SK하이닉스 주가 하락을 예상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장 초반부터 SK하이닉스 주식을 사모으고 있다. 같은 사건에 대해 해석은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정규장 주가 흐름은 보통 개인의 해석이 아닌 기관과 외국인을 따라간다. 투자 정보나 분석력을 개인이 따라가긴 힘들다. 정보력의 차이와 함께 개인 투자자의 투자 성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상회담 이후 모나미가 상한가를 친 다음 날 모나미는 또 한번 상승세를 탔다. 이날 모나미 주식을 산 것은 개인 투자자밖에 없다. 오늘 모나미 주가는 10% 가까이 떨어지고 있다.
김남석 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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