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관정요’, 당(唐) ‘정관의 치’ 태평성대 연 태종과 신하들의 문답집

- 제왕학(帝王學)의 교과서… 현대의 정치 지도자·기업인에도 필독서

- 치세의 첫걸음은 인재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 쓴소리 귀담아 들어야

- 자신을 먼저 다스리는 수신(修身)은 필수, 그래야 국민들이 따른다

- 겸허히 행동하며, 신중하게 말해야… 초심(初心)을 유지해야

- 지도자는 ‘거안사위’(居安思危), ‘전전긍긍’(戰戰兢兢)의 정신 가져야

‘정관정요’(貞觀政要)는 중국 당(唐) 나라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2대 황제 태종(太宗·626~649 재위) 이세민이 23년의 재위 기간동안 명신(明臣) 위징 등 신하들과 나눈 대화를 정리한 정치 문답집으로, 제왕학(帝王學)의 교과서로 꼽힌다. 태평성대를 가져온 치세(治世)의 요체가 잘 드러나 있어, 현대의 지도자나 기업 경영자도 읽어야 할 필독서이기도 하다. 640년 역사가 오긍이 정리해 편찬했다. ‘정관’(貞觀)은 태종의 연호다.

‘군도편’(君道篇)에서 ‘신종편’(愼終篇)에 이르기까지 전 10권, 40편으로 구성돼 있다. 주로 태종과 명신들의 짤막한 대화 형식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지도자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나라를 다스렸고 어디에 주안점을 두었는지 알 수 있다. 태종 주위에는 방현령(房玄鹷), 두여회 (杜如海), 위징(魏徵), 왕규(王珪), 장군 출신인 이정(李靖), 이적 (李勣) 등 인재들이 많았다. 태종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국정을 운영함으로써 재위 기간 동안 천하가 태평했다. 그래서 ‘백성들은 길거리에 떨어진 것을 줍지 않았고, 대문을 잠그지 않았다’는 ‘정관의 치(治)’라는 이름도 얻었다.

‘정관정요’에서 밝힌 제왕학의 요체는 현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덕(德·인품)과 재(才·능력)를 갖추지 못한 정치가들이 나라를 망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관정요’가 가르치는 치세의 첫걸음은 인재를 발굴하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저자 거리의 왈패 출신인 유방은 초기의 절대적인 열세를 딛고 5년 간의 초한(楚漢) 전쟁 최후의 해하 전투(垓下 戰鬪)에서 항우를 쓰러뜨렸다. 인재를 잘 활용한 게 승리의 비결이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본기(本紀) 고조본기(高祖本紀)에는 이런 구절이 실려 있다. 한 고조(유방)가 낙양 남궁(南宮)에서 술자리를 마련하여 “제후들과 장수들은 짐을 속이지 말고 모두 마음을 이야기해보라. 내가 천하를 얻은 까닭이 무엇인가? 또 항씨(항우)가 천하를 잃은 까닭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고기(高起)와 왕릉(王陵)이 이렇게 대답했다. “폐하는 사람을 부려 성과 땅을 공략하게 하여 항복시키면 그것을 나누어 주어 천하와 함께 이익을 함께 합니다. 항우는 어질고 유능한 자를 시기하고 질투하여 공을 세우면 해치고 어질면 의심합니다. 싸워 승리해도 그 사람의 공을 인정하지 않고 땅을 얻어도 다른 사람에게 그 이익을 나누어주지 않습니다. 이것이 그가 천하를 잃은 까닭입니다.”

그러자 고조가 말했다. “공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군막 안에서 계책을 짜서 천 리 밖에 승부를 결정짓는 것이라면 나는 자방(子房, 장량)만 못하다. 국가를 안정시키고 백성을 다독거리고, 먹을 것을 공급하되 식량 운송로가 끊어지지 않게 하는 것은 내가 소하(蕭何)만 못하다. 백만 대군을 몰아 싸웠다 하면 승리하고 공격하면 반드시 취하는 것이라면 내가 한신(韓信)만 못하다. 이 세 사람은 모두 인걸들이다. 내가 이들을 기용할 수 있었고, 이것이 내가 천하를 얻은 까닭이다. 항우에게는 범증(范增) 한 사람 뿐이었는데 그마저 기용하지 못했다. 이것이 그가 내게 붙잡힌 까닭이다.”

명군(明君)이라면 신하들의 쓴소리도 귀담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왕 앞에 바른 소리를 하지 않고, 주위에는 아첨꾼과 간신만이 들끓을 것이다.

둘째는 무엇보다 자신을 먼저 다스리는 것이다. 수신(修身), 즉 몸과 마음을 닦는 것은 유가(儒家)가 말하는 리더의 첫 조건이다. 사서삼경 중 하나로 치세의 철학이 담긴 대학(大學)은 ‘팔조목’(八條目)이라고 해서 ‘수신’을 앞세운다. 팔조목은 격물(格物)·치지(致知)·성의(誠意)·정심(正心)·수신(修身)·제가(齊家)·치국(治國)·평천하(平天下)를 뜻한다. ‘삼강령’(三綱領), 즉 명명덕(明明德·밝은 덕을 밝히고)·신민(新民·백성을 새롭게 하며)·지어지선(止於至善·지극한 선에 이르게 함)이라는 정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수신이 돼야 집안을 가지런하게 하며,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안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전혀 수신이 안됐으면서도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

이렇게 수양이 이뤄졌다면 당연히 군주는 자신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겸허하게 행동하며, 신중하게 말하게 된다. ​‘정관정요’에는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신하와의 대화가 적지 않다.

초심(初心)을 유지하는 것도 리더에 요구된다. ‘정관정요’는 긴장이 풀린 지도자는 실격이라고 말한다. ‘개원의 치’로 불렸던 당 현종은 초기 신중함속에 태평천국을 이뤘으나, 양귀비에게 빠져 결국 안록산의 난을 부르고 천하를 도탄에 빠뜨리게 된다.

​태종은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것과 같다. 환자는 병이 호전될수록 더욱 몸조리에 주의해야 한다. 만약 방심하여 의사의 얘기를 무시한다면 급격하게 악화되고 만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나라가 평온할때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거안사위’(居安思危·평화로울 때 위태로움을 생각한다), ‘전전긍긍’(戰戰兢兢·매우 두려워하여 매사에 조심함)의 정신이다.

‘정관정요’엔 지금도 회자되는 명언들이 많다. ‘군주는 배이고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뒤집을 수도 있다’, ‘큰 일은 모두 작은 일에서 비롯된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나무를 심는 것과 같다’, ‘포상과 징벌은 신중하게 행하라’, ‘흐르는 물의 맑고 탁함은 그 근원에 달려 있다’. 모두 현대의 지도자들에게도 적용되는 말들이다.

강현철 논설실장(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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