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노란봉투법(노봉법)으로 기업들이 해외로 떠나면 재개정하면 된다고 했다.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그는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우려의 상당 부분은 과장이라고 생각한다”며 “노조법 개정안은 원·하청 노사 상생과 기업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진짜 성장’을 위한 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란봉투법 탓에 기업이 해외로 이전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만약 그런 상황이 되면 (법을) 다시 개정하면 된다”고 밝혔다. 정부 정책을 아우르고, 국정 과제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의 발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온갖 정치적 풍파속에서 묵묵히 한국 경제를 이끌고 오고 있는 경제계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할 것 없이 모두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우리 제조업은 붕괴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심지어 6대 경제단체 등은 지난 19일 국회를 찾아 결의대회까지 열고 “사용자 범위를 현행대로 유지하고 노동쟁의 대상에서 ‘사업상 결정’만은 제외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국GM 등 800여 개 미국 기업을 회원사로 둔 주한 미상공회의소도 더불어민주당을 찾아 국내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의 불안을 전달했다. 하청업체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 대표들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만나 1년 이상 시행 유예 등 산업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노사 간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중앙노동위원회조차 노란봉투법 시행의 1년 연기를 요청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오는 23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노란봉투법에 대해 “원칙적인 부분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맞춰가야 할 부분이 있다”며 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노사관계를 흔들고 제조업 뿌리를 송두리째 뽑을 독소조항을 담고 있다. ‘사용자’의 범위를 넓혀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자기가 소속하지 않은 원청업체를 상대로 노사교섭을 요구하고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도 파업 사유에 추가했다. 가령 조선사나 건설사의 수많은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원청업체에 직접 노사교섭을 요구하고, 현대차는 노조의 동의 없이는 해외에 공장을 짓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사측이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으려 해도 사용자가 각 배상의무자별로 귀책 사유와 기여도를 구체적으로 증명토록 해 아예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가히 노동쪽에 기울어진 운동장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근로계약을 맺지도 않은 하청업체 노조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이 있다는 이유로 원청기업 교섭권을 보장하고, 불법파업을 벌여도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도록 만든 노란봉투법은 민법의 대원칙에 반한다. 의료소송에서 의료과실을 지나치게 확대한 판결이 필수의료를 붕괴시킨 것처럼, 노란봉투법은 기업의 경쟁력과 산업을 무너뜨릴 것이다. 한국에서 기업을 해야 할 이유도, 외국에서 한국에 투자할 이유도 없게 된다. 노란봉투법 입법은 광복 이후 80년동안 피땀으로 일궈온 제조업을 스스로 파괴하는 자해 행위이자 미래 세대의 일자리를 빼앗는 폭거이기도 하다. 이게 이재명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말하는 ‘잘사니즘’이고 ‘실용주의’인가. 기업들이 떠나면 법을 다시 개정하면 된다는 ‘아니면 말고’식의 발언은 너무나도 무책임하다.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