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조사에 석화 타격 불가피
전지·車 필수소재 관세 우려
中 생산력 강화 더해 ‘겹악재’
일본이 한국과 대만산 비스페놀A(BPA)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글로벌 수요 둔화와 중국·중동발 공급 과잉으로 이미 고전 중인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인 일본마저 흔들릴 수 있어 또다시 직격탄을 맞게 됐다.
21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과 경제산업성은 한국과 대만 분리관세령(대만·펑후·진먼·마쓰)에서 생산된 BPA에 대한 반덤핑 관세 조사 개시를 공식화했다. 범용제품인 BPA는 폴리카보네이트와 에폭시 수지의 핵심 원료로 전자와 자동차 산업에 사용되는 필수 소재다.
이번 조사는 미쓰비시화학과 미쓰이화학이 지난 6월 2일 “한국과 대만에서 수입된 BPA가 불공정한 가격에 판매돼 일본 시장에 잠재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다”며 반덤핑 관세 부과 신청서를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 일본 ‘자국 산업 보호’ 명분…“충분한 증거 확보”
일본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일본 재무성 측은 “WTO 협정과 관련 국내 법규에 따라 신청을 검토했다”며 “신청서에는 조사 시작을 정당화할 충분한 증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각 부처가 공동 조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WTO의 반덤핑협정에 따르면 수입품이 정상가격보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덤핑)으로 팔리고 그 결과 자국 산업에 실질적 피해가 발생한다는 합리적 증거가 있으면 해당 국가는 반덤핑 조사 개시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조사는 원칙적으로 1년 이내에 종결돼야 한다. 일본 각 부처는 이해관계자들인 일본 자국 기업들에게 반덤핑 관련 증거를 제출할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과 대만의 생산업체들을 대상으로 사실 조사를 수행할 예정이다.
◇ 日, 한국의 BPA 네 번째 수출국…‘도미노 규제’ 확산 우려
한국의 BPA 생산기업은 LG화학과 금호피앤비화학, 삼양이노켐이다. 일본은 이들 한국 기업과 대만 두 국가로부터 사실상 거의 전량의 BPA를 들여오는 만큼 반덤핑 조사 결과에 국내 기업들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일본은 한국산 BPA 수출 시장에서 네 번째로 큰 규모를 차지한다. 대일본 수출액은 2022년 2900만달러에서 2023년 3000만달러, 지난해 3900만달러로 꾸준히 증가했다.
국내 석화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고 있다. 중국 내 생산능력 확충으로 글로벌 시장 내 공급이 넘쳐나면서 가격은 하락세인 데다 유럽연합 등 각국이 WTO 규정을 근거로 반덤핑 조사에 속속 나서면서 수출 활로가 갈수록 막히고 있기 때문이다.
한 석화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반덤핑 조치를 취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한국산 화학제품에 대한 조사 가능성이 커지는 게 문제”라며 “도미노식 반덤핑 규제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그만큼 글로벌까지 모두가 힘든 구조적 위기를 지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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