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용 세종본부장

새 정부 출범 3개월째를 맞았음에도 정부조직 개편안 발표는 오리무중이다. 윤곽은 나온듯 한 데 공식화하지 않으면서 정부세종청사의 불안감이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초미의 관심인 정부조직 개편 방향은 국정기획위원회의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청사진이 나올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었다. 하지만 제외되면서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그 방향이 대부분 드러난 바 있고, 국정위 활동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가다듬어진 뒤 모습을 드러내리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정부조직 개편의 초점 중 하나는 기획재정부 ‘쪼개기’와 산업통상자원부 및 환경부의 에너지 관련 부서를 모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이었다. 기재부의 경우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해 예산·재정 기능을 독립시키고, 금융위원회의 정책·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등의 내용이 거론돼왔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관련 법안 개정이 가능한 데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은 신중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애초 구상대로 밀어붙이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데 무게가 실렸다는 얘기다.

앞서 국정위는 출범 초기부터 국정과제 도출과 조직개편안 마련을 두 축으로 강조해왔다. 출범 첫 날 조승래 국정위 대변인은 “그간 비효율적 관행을 바로잡고 정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최우선으로 조직개편에 집중하겠다”며 “국정 운영이 본격 궤도에 오르기 전에 정부조직체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해 1기 내각 구성과 동시에 핵심과제를 신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이런 언급에 비춰 국정위 내부의 논란과 대통령실의 우려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조직개편안 발표를 미뤘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정부세종청사 모습. [디지털타임스 DB]
정부세종청사 모습. [디지털타임스 DB]

먼저 기재부에 대해선 그동안 검토한 조직 개편 형태로는 ‘모피아 힘 빼기’같은 효과가 분명하다는 데는 공감한 듯하다. 반면 경제를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말에 힘이 실린다. 조직 개편으로 부처 위상이 반 토막 나고, 경제전문가들인 공직자들이 업무에 소극적으로 돌아서면 민생회복은커녕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실도, 여당도 큰 부담이 된다는 우려다. 대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각론을 두고선 시각과 입장차가 적지 않아 막바지 진통을 겪었다는 것이다. 산업과 에너지를 나누는 것도 독일처럼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여기에 에너지 기능을 환경부 산하로 떼어주는 방안까지 검토되면서 산업부 내부의 볼멘소리도 들렸다.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과 재계 간담회 장면. [연합뉴스]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과 재계 간담회 장면. [연합뉴스]

조직개편이 늦어지면서 정책 추진의 드라이브를 걸기 어렵다는 건 현실적인 문제다. 조직 안정과 승진, 미래상 등에 관심이 많은 공직사회가 제 자리를 잡지 못한 채 흔들린다는 걱정이 크다. 기재부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예산안 편성과 경제성장 전략 마련 등에 다 걸기 해야 하는 데 조직개편이 되지 않으면서 여전히 뒤숭숭하다. 기후위기 대응력과 에너지 경쟁력 강화는 범부처가 머리를 맞대야 할 사안인데 현재 정책 과제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론도 있다. 부처에 따라서는 인사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신임 장관 취임 이후 면모를 일신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시선은 조직개편 시기에 쏠리고 있다. 이전 정부들의 사례를 보면 윤석열 정부를 제외하고 정부조직법 개정안 발의부터 국회 처리까지 두 달 정도 소요됐다. 대통령실로 공이 넘어간 가운데 한일·한미 정상회담을 마무리하고 정기국회 즈음해 개정안을 내놓으리라는 ‘8말9초’ 전망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연내 처리가 가능하다. 이전 정부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151일이 걸렸지만 박근혜 정부 51일, 노무현 정부 42일, 문재인 정부 41일, 이명박 정부 32일, 김대중 정부 13일, 김영삼 정부는 10일이 소요됐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얻은 정부치고는 늦어도 한참 늦다.

국정위는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기초로 조직 개편안을 한 차례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종 대통령 보고 단계에서는 구체적 논의를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개편 방안은 결국 이 대통령의 결심에 달렸다. 행정안전부 출신의 한 전직 고위 공무원은 “조직 개편은 공직자들로선 불안하고 대단히 민감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라며 “여러 속사정이 있겠지만 지나치게 미뤄지는 건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송신용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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