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 노동계 몫을 배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1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금통위 위원 가운데 ‘한은 부총재’를 빼고 노동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하는 위원 1명을 넣자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새 정부 들어 발의된 첫 한은법 개정안이다. 언뜻 보기에는 ‘노동계의 목소리를 반영하자’는 취지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사안은 단순하지 않다. 금통위는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기구다. 금리 결정 하나가 가계와 기업, 나아가 국가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때문에 금통위는 독립된 영역으로 존중받는다. 그런데 특정 이해집단의 몫을 제도적으로 보장한다는 것은 통화정책의 독립성과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 된다.
물론 노동계의 목소리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지만 노조는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이라는 목표를 우선시한다. 이는 경우에 따라 금리 인상과 물가 안정이라는 금통위의 책무와 충돌할 수 있다. 금통위가 노동계의 이해와 압력에 흔들린다면, 통화정책은 국가경제 균형을 잡는 기능을 상실하고 특정 세력의 이해관계에 종속될 가능성이 커진다. 노동계와 손잡았다는 정치적 성과를 위해 금통위의 중립성이 희생돼서는 안 된다. 통화정책은 그 자체로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판단의 영역이다. 반드시 냉정한 시장 데이터에 기초해 결정돼야 한다.
지금 한국 경제는 안팎으로 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금통위가 정치적 영향을 받게 된다면 시장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만약 노조 몫, 재계 몫, 정치권 몫이 뒤섞여 금통위가 ‘협상 테이블’로 전락한다면 한국 경제는 심각한 불확실성에 빠질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중앙은행의 신뢰와 독립성은 더욱 중요하다. 금통위를 정치화하려는 시도는 경제의 마지막 안전판마저 흔드는 무책임한 발상이다. 통화정책은 노사정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무대가 아니라, 국민 경제 전체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여당은 스스로 자충수를 두지 말고,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흔드는 법안을 즉각 거둬들여야 한다.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