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맞서 그야말로 고군분투했다. 조선업체들은 이른바 ‘마스가(MASGA) 구상’을 제안하며 관세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반도체·자동차·배터리 기업들은 미 현지에 공장을 세워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은 직접 미국을 찾아 트럼프 행정부 요인들과 접촉하며 설득전을 펼쳤다. 이런 노력 덕분에 협상의 실마리가 잡히고 관세율이 완화됐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기업들의 분투가 없었다면 트럼프의 보호무역 압박은 한층 거세졌을 것이고 관세율은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을 것이다. 국가경제 전체가 직격탄을 맞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최선의 방패’ 역할을 해낸 것이다.
우리는 이 공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하지만 여당은 노고를 인정하는커녕 기업을 옥죄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조·제3조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 태세다. 노란봉투법이 원안 그대로 시행된다면 경영 불확실성은 커지고 산업 현장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하청업체들이 원청업체를 상대로 노사교섭을 요구할 수 있고,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 손해배상도 제한하는 내용이어서 기업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경제 6단체가 일방적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한 막판 호소에 나선 이유다.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은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노동봉투법 수정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만약 국회 본회의 의결을 막을 수 없다면, 시행 시기를 1년 이상 늦춰 노사 협의가 반영되도록 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우리 기업들이 관세 피해를 줄인 것은 단순히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한 행동이 아니었다. 국가경제 전체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민간 외교’였고, 그 노력은 관세율 완화라는 현실적 성과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여당이 기업을 여전히 불신과 규제의 시각으로만 본다면, 기업의 도전 의지는 꺾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제는 신뢰와 협력의 토대 위에서만 성장할 수 있다. 관세 피해를 줄인 기업들의 공을 인정한다면 노란봉투법은 재고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래야만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면서도 기업들이 숨 쉴 공간을 확보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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