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주요 사건을 함께 담당했던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을 임명했을 때 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전 원장과는 달리 금융과는 접점이 없어 보이는 검사 출신이 뜬금 없이 왜 금감원장으로 왔는지 물음표가 붙었다.

이 의문은 빠르게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확실히 이전 원장들과는 다른 행보였다. 매번 새로운 이슈를 만들었다. 금융 이슈가 사회 이슈로, 심지어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번져갔다.

이복현 원장은 언론을 정말 좋아했다. 금감원 행사가 아닌 곳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백브리핑을 했다. 다시 말하면 언론을 잘 이용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언론이 듣고 싶은 말을 해줬고, 그의 말은 항상 신문 기사의 헤드라인이 됐다.

지금에야 할 수 있는 생각은, 당시 윤 대통령에게 필요한 금융감독원장은 금융 전문가가 아니라 조사 전문가였다. 무언가를 파고, 혹은 숨길 수 있는 자리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 원장이 사실상 상위 기관인 금융위원회 위원장 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며 무서워했다.

또 한번 금융감독원장에 대통령의 ‘최측근’ 인물이 왔다. 대신 검사에서 변호사로 바뀌었다. 금융위는 보도자료에서 새로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경제‧금융 전문가’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경력을 보면 금융 전문가와는 거리가 있다.

법대를 나와서 변호사로 일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이 됐지만 이는 실질적인 금융이 아닌 운용에 대한 컴플라이언스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에서도 사회복지위원장, 집행위원장, 정책자문위원장을 담당했을 뿐 금융분과는 아니었다.

국정기획위원회에도 경제 분야가 아닌 사회1분과장으로 갔다. 이번 정부 역시 금감원에 바라는 것이 금융보다 조사에 치우쳐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드러난 사실들을 보면 전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은 주식에 참 관심이 많았다. 주가조작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고 금융기관들이 특정 기업에 이례적인 투자를 하기도 했다. 이를 돕기 위한 역할인지, 숨기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금융감독원장에 최측근을 투입하고, 공포감을 조성한 이유가 조금은 납득이 간다.

새로운 원장이 자꾸만 그때와 겹쳐 보이는 것은 착각일까. 정권 초기인 점을 감안하면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 무게추가 다시 한번 금감원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주요 사건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새로운 원장에게 대통령이 바라는 바는 무엇일까.

금융감독원장이 그저 대통령의 ‘잘 드는 칼’ 역할을 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그러기엔 금융감독원에게 주어진 현재 임무가 너무 무겁다.

코스피 5000을 위해 자본시장 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상장사들이 여기에 잘 따라오게 하는 것도 금감원의 역할이고, 국정과제로 꼽힌 모험자본 공급의 투명성 확보도 금감원의 몫이다.

금감원은 정책을 만드는 자리가 아닌 만들어진 정책을 시장에 정착시키는 역할을 한다. 주인공보다는 조금 뒤에서 ‘명품조연’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김남석 기자(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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