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욱 부국장 겸 정치부장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역사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씨가 뛰어들었다. 전씨는 대표적인 ‘부정선거 음모론자’다. 부정선거를 주장하지만 그 증거를 찾겠다며 현상금 10억원을 제시한 ‘코미디언’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 부정선거 증거를 찾지는 못했다. 그런 그가 ‘윤석열 어게인’을 외치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아수라장이 됐다.

당 대표 후보로 나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이 복당을 신청하면 받아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당 가입에 제한이 없다는 자유주의자 입장에서야 충분히 가능한 논리다. 그렇다고 아무런 제한 없이 당원 가입을 허용하지는 않는다. 이른바 결격 사유라는 게 존재한다. 자유도 제한이 있는 법이다. 국민의힘 당 지도부가 전씨에 대해 제명을 추진하는 이유다. 김 전 장관의 논리는 표면적으로만 맞고, 실질로는 틀렸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전씨가 등장하면서 온통 ‘윤석열’이다.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김재원, 김민수, 김태우, 손범규는 전씨를 옹호하고 있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애교다. ‘박정희급’으로 치켜세울 정도다.

보수주의를 다시 생각한다. 보수주의(保守主義, Conservatism)는 기존 사회 체제를 지키면서 안정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정치 이념을 말한다. 학문적으로 보수주의라는 개념은 아일랜드 출신의 영국 정치인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 1729-1797)에 의해 만들어졌다. 버크는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을 지켜보며 이를 비판한 ‘프랑스 혁명에 관한 성찰’을 펴냈다. 그는 프랑스 대혁명식의 급진적인 혁명이나 개혁을 반대하고 영국의 의회주의와 같은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했다.

버크에 따르면 보수주의는 기존 체제를 지킨다는 의미가 아니다. 과거에 머물러있는 그 무엇이 아니다. 과거의 낡은 관습을 유지하자는 것도 아니다. 버크는 이렇게 말한다. “변화의 수단을 갖지 않은 국가에겐 자신을 보존할 수단도 없는 법이다. 그런 수단이 없다면 그 국가가 가장 절실히 유지하고 싶어하는 헌정상의 한 부분을 상실하는 위험에조차 빠질 수 있다.”

비단 국가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가족, 마을공동체, 학교, 정당, 기업 등 다양한 형태의 모든 공동체에 적용된다. 버크의 규정에 따르면 보수주의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지키기 위해 바뀌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올해 6·3 대선 이후 김용태 비대위원장, 윤희숙 혁신위원장 등을 거치며 ‘혁신’이 입에 오르내렸다. 말은 많았지만 혁신은 없었고 국민의힘 주류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시쳇말로 그냥 뭉갰다.

대한민국 보수 정당이라는 국민의힘이 지키려는 가치는 과연 무엇인가? 있기나 한가? 아무리 들여다봐도 그들이 지키려 하는 의미있는 가치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지키기 위해 바뀌어야 한다’고 했지만 사실 국민의힘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도 모른다. 지켜야 할 그 무엇이 없으니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만 놓고 보면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건 헌법을 위반한, 보수의 가치에 맞지 않게 기존 체제를 파괴하려 했던 ‘실패한 혁명가 윤석열’이라 할 수 있다. 이게 보수라고? 에드먼드 버크가 울고 갈 일이다. 사이비도 이런 사이비가 없다. 그야말로 ‘보수 참칭’이다.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12일 “정권에 이어 당까지 말아먹으려는 ‘윤 어게인’ 세력으로부터 당을 지켜야 합니다”라는 제하의 글에서 의미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8월 5일과 6일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 결과 ‘비상계엄과 관련한 국민의힘의 반성과 사과가 충분했다’고 답한 비율이 불과 23%였다.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70대 이상에서도 26%였다.

국민의힘은 기껏해야 30% 정당이다. 그래봐야 집권 불가능한 정당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장기 집권 도우미 정당이다. 11일 발표한 사면 명단을 놓고 왈가불가한다. 국민의힘은 ‘허니문은 끝났다’는 둥 허공에 빈주먹질이다. 메아리 없는 외침을 내뱉고 있다. 이재명 정부 욕할 것 없다. 철학 없는, 근본 없는, 보수 팔아먹는 국민의힘 자화상일 뿐이다.

권순욱 부국장 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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