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점이 재입찰에 들어가면 임대료가 지금보다 약 40% 하락할 것이란 감정 결과가 나왔다.

인천국제공항이 신라·신세계면세점 간 임대료 조정에 실패해 두 면세점이 철수하고 재입찰에 부쳐지면 오히려 공적재원(공항 임대료) 손실이 날 것이란 얘기다. 재입찰 시 중국 사업자의 낙찰 가능성이 커 한국으로 들어오는 관문을 중국에 내주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의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삼일회계법인이 면세점 재입찰 시 형성될 임대료 수준을 예상한 감정서를 보내왔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지난 4월과 5월에 각각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1·2 여객터미널 면세점 중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 임대료를 40% 내려달라는 내용의 조정을 인천지방법원에 신청했다. 이에 법원은 삼일회계에 임대료 수준을 측정해달라는 감정촉탁을 했다.

공사 입장 고수 시 신라와 신세계 면세점은 철수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재입찰하게 되면 현재 임대료 수준보다 40% 하락할 것이란 게 감정서의 골자다.

대륙아주 관계자는 “문제가 되고 있는 면세점 구역에서 인천공항이 거둬들이는 임대료가 4000억원 정도인데, 재입찰 시 임대료 수준이 40% 하락하게 되면 공사는 매년 1600억 정도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곧 공적재원에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으로, 조정을 해주는 게 공사에도 이익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감정서에 따르면 객단가가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출국객 증가 추이를 고려하면 쟁점이 된 면세구역의 매출은 연평균 4.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임대료를 고려하면 손실이 확대될 것으로 추정됐다.

DF1(신라면세점) 구역의 내년 매출은 7132억원, 임대료 차감 전 영업이익은 1978억원이지만 임대료 3173억원을 차감하면 1194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런 식으로 남은 임대 기간인 2033년 6월까지 매년 임대료를 차감하면 영업손실이 계속된다는 설명이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패션·액세서리·명품 등 매출은 2019년 수준을 회복한 뒤 성장세를 보이지만 화장품·향수와 주류·담배 매출은 2019년 대비 53%와 6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중국인 소비패턴이 실속·체험형으로 바뀐 영향이 면세점 매출 감소 원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한국인이 출국할 때 온라인 면세점에서 구매하는 매출 비중 증가도 인천공항 면세점의 화장품·향수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023년 온라인 면세주류 판매 허용 역시 주류 매출 채널을 분산시켜 인천공항 면세점의 주류 매출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현시점에서 재입찰이 진행되면 DF1, DF2의 입찰가는 현재 수준 대비 약 40% 하락한다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임대료 조정이 안 되면 기존 사업자들은 남은 계약기간인 8년 동안 한달에 100억원씩 적자를 보며 면세점을 운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만큼, 인천공항에서 철수가 불가피하다는 게 대륙아주 측 주장이다.

신라·신세계 면세점 철수로 재입찰이 이뤄지게 될 경우, 국내 면세점 산업의 근간 자체가 흔들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23년도 입찰시 차점자였던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가 자본력을 앞세워 밀고들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국내 면세사업자들은 인천공항을 기반으로 성장을 해 왔다”라며 “한국으로 들어오는 관문인 인천공항의 면세점을 중국 사업자가 운영하는게 하는 것은 산업적인 관점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라·신세계 면세점이 인천공항에서 철수할 경우 대규모 실직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신라·신세계가 인천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며 직간접적으로 고용하고 있는 인원이 3000명이고, 고용유발효과는 1만8000명 정도”라며 “두 면세점 철수 시 대규모 실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대륙아주 관계자는 “소송이나 재입찰로 갈 경우 공사에 오히려 엄청난 손실이 발생하고 산업 생태계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점이 이번 감정서를 통해 객관적으로 검증된 셈”이라며 “이제 공사 입장에서도 조정을 무작정 거부할 게 아니다”고 말했다.

신라·신세계 면세점과 인천공항공사 간 임대료 조정기일은 오는 14일이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가 조정기일에 참석하지 않으면 조정은 결렬된다. 법원이 강제 조정을 하더라도 인천공항공사가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대륙아주 관계자는 “공사가 조정기일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이라서, 여러 경로로 (공사를)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 면세점. [신세계면세점 제공]
인천공항 제2터미널 면세점. [신세계면세점 제공]
김수연 기자(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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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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